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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척 공포①] 잇단 투척 사고에··· 하늘보며 걷는 사람들

기사등록 : 2018-09-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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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아령·벽돌에 소화기가 떨어지기도
전문가 "분노 표출하는 현상... 주변의 지속적 관심 필요해"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대학생 A(26)씨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하늘을 보며 걷는다. 이상징후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체를 목격한 직후 나타났다. 한 중년 여성이 아파트에서 떨어진 벽돌을 맞아 숨졌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 불안은 더욱 커졌다. A씨는 "위험하지 않다고 되뇌어도 무언가가 떨어질 거란 공포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에서 물체가 떨어지는 사고가 이어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 사직동의 한 아파트에서 소주병으로 추정되는 유리병이 떨어졌다. 옥외 주차장에 있던 한 차량은 유리병에 맞아 선루프와 앞 유리가 파손됐다. 경찰은 누군가가 차량에 병을 투척했다고 추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벽돌이 떨어졌다. 60대의 동네 주민 2명이 벽돌 파편에 맞아 어깨와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수사가 시작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파트 고층부를 촬영하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주민 상대로 일일이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떨어지는 물체도 다양하다. 유리병과 벽돌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 지난달 중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식칼이 떨어져 차량 뒷유리창이 파손됐다. 7월 대구 달서구에서는 1.5kg의 소화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소화기에 맞은 차량의 선루프는 완파됐다. 지난해 10월 경기 의왕에서는 감자가 떨어졌다. 범인은 10세 미만의 아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세 미만의 아이는 형법상 형사책임 완전 제외 대상이다.

아파트 투척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용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맞아 숨지면서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었지만, 투척 사고는 매달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경찰청은 높은 곳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경우 시속 100㎞로 달려오는 차량과 충격하는 것과 유사한 충격량으로,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했다. 2018.09.03 sunjay@newspim.com

물론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7월 "고층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물건 투척·낙하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높은 곳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경우 시속 100㎞로 달려오는 차량과 충격하는 것과 유사한 충격량으로,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고층 건물에서 저지르는 투척 행위는 내면에 잠재된 분노나 불만 등을 불특정 다수 또는 환경에 표출하는 것"이라며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장치도 최후의 수단으로 필요하겠으나, 그만큼 우리 삶이 피로해질 것"이라고 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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