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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지도부 재편 앞두고 막후 치열한 각축전 - FT

기사등록 : 2018-09-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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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향후 1년 간 유럽연합(EU)에서 전례 없이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전례 없이 대대적인 규모로 지도부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망했다.

내년에는 EU 집행위원회(주요 집행기관), 유럽의사회(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EU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결정 기관), 유럽의회(EU의 입법부) 등 EU 4개 핵심 기관의 수장이 새로 선출된다.

뿐만 아니라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유럽 측 지명자 등 주요 직책들도 바뀐다.

이에 따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회원국 간 치열한 각축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EU 지도부는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낸 장크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폴란드 총리를 지낸 도날드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로 구성돼 있다.

지난번 EU 지도부 재편에 참여했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가장 열렬한 친 EU 국가에서 가장 극단적인 반 EU 국가로 돌변한 이탈리아, 동유럽에서 확산되는 국수주의 등의 요인으로 EU의 상황이 급변했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지도부 교체 여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6월 정상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EU 정상들은 합의를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8년 정상회의에서 ECB 총재를 결정할 때 무려 7시간의 ‘점심시간’이 걸렸던 바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 독일과 프랑스 간 거래

이 가운데 EU 중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이미 ECB 총재와 집행위원장 자리를 놓고 막후에서 논의를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 EU 관료들은 독일은 집행위원장 자리를 원하고 프랑스는 ECB 총재를 원하고 있으며, 양국이 원하는 대로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프랑스와 독일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대리국을 원할 수도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독일이 이미 EU 조직에서 최고위급 자리 4개 중 3개를 차지한 만큼, 일부 프랑스 관료들은 핵심 기관마저 독일이 장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모두 경계하고 있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독일과 프랑스는 언제나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지도부 자리까지 차지하면, 이미 한 쪽으로 기운 힘의 균형이 더욱 기울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클로드 융커(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의회 다수당 대표가 집행위원장 지명자 되는 ‘슈피첸칸디다트’

또 하나의 쟁점은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권한이 더 이상 EU 정상들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번과 달리 집행위원장은 정상들이 지명하면 유럽의회가 통과시키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의회 의원들은 집행위원장 지명자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출된 다수당 출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 절차는 유권자와 집행위원 간 민주주의적 연관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한 대다수 정상들은 슈피첸칸디다트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이 최고 인사들을 배제할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집행위원장 후보 가능성이 높은 현직 총리들이 자국에서의 리더십 약화를 무릅쓰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EU 선거 캠페인에 몰두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유럽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가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으며,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핀란드 총리,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 등이 있다. 베버는 독일인이고 바르니에는 프랑스인이다.

유럽의회의 자유당 진영에서는 마그레테 베스타거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내세우고 있다. 베스타거는 덴마크 정치인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이다. 

슈피첸칸디다트 절차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EU 정상들이 권한을 내세워 당 대표를 집행위원장으로 지명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유럽의회 선거가 혼재 양상을 보여 다수당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EU 회원국의 전현직 정상들 중 한 사람이 막판에 거론될 수 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강대국과 약소국, 남성과 여성 간 균형 맞추기

이론적으로 EU 지도부는 지리적, 정치적 요인과 회원국의 규모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 결정이 임박할수록 주요국과 주변국 간 균형 맞추기가 더욱 강조된다.

만약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를 독일과 프랑스가 나눠 갖는다면, 정상회의 상임의장 자리는 중소국이나 중앙 및 동유럽의 신입 회원국, 남유럽의 주변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엔다 케니 전 아일랜드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성별 격차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금까지 ECB 총재나 집행위원장, 이사회 의장을 여성이 맡았던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유럽의회 의장도 단 2번만 여성이 맡았다.

메르켈 총리가 EU 지도부 자리를 노릴 만한 때가 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EU 관료들은 ‘독일 내 메르켈 총리의 정적들이 원하는 소식일 것’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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