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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소중함②] 삶의 끈 붙잡으려면…'관심'이 최우선

기사등록 : 2018-09-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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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국가·지자체·기관·일반인 전반적 관심 필요
편견이 가장 문제...이웃 살피는 '게이트키퍼' 활성화
일자리 증대, 빈부격차 해소 등 국가도 제역할 다해야

[편집자] 자살예방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공통과제다. 우리나라 역시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명을 넘긴 지 오래다. 40분마다 1명, 하루 36명이 생명의 끈을 놓는 한국은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위기감이 고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을 자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그 심각성을 짚어보고,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춘 예방법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자살은 개인이나 가족, 나아가 국가에 막대한 상처와 손실을 입힌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다양한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시대 변화에 맞춘 대책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가를 키우고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자살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예산이 지나치게 적고, 일반의 관심 역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살, 시대변화에 맞게 과학적으로 다가가야

현대인의 소외감은 자살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흔한 이유지만 최근 지역별, 케이스별 특이점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중앙자살예방센터나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정부 산하 센터들이 예방활동을 전개한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시도별로도 △홍보 △계몽 △전화상담 △캠페인 영상 배포 △대중강연 △커뮤니티 운영을 진행하는 예방센터가 있다.

시대가 변하며 자살 방법이 달라지자 연구·예방활동도 다변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설립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는 연령, 직업은 물론 지역이나 루트, 지자체 특성에 맞는 자살 유형 조사가 한창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농촌의 경우 고립된 노인이 많고 농약을 써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이처럼 자살은 지역별로 실정이 달라 각 지역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에 대해 그는 “노인자살이 많다면 어떤 노인이 많은지, 어떤 방법으로 자살하는지 알아야 올바른 예방이 가능하다”며 “원래 예방은 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막는 활동이다. 자살 고위험군을 만나 상담하고 치료에 연계하거나, 고립된 사람들을 연결해 혼자 있지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가구가 멀어 사람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주민이 끌어내 파티도 하고, 전문가(정신건강학 의사)에게 의뢰도 한다”며 “결국 지역 맞춤 제도가 있어야 한다. 사회 전반의 관심도 필요하다. 자살 대책은 그물망처럼 짜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살 바라보는 편견 큰 문제…관심이 가장 절실

전문가들은 자살예방에 가장 필요한 것이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편견은 사라져야 할 걸림돌이다. 정신과 치료만 받아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사회의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

김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사회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신과만 다녀도 실손보험을 못 든다는 이야기까지 있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의료기관을 억압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젊은층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일자리를 늘리는 등 국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국가가 나서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취업도 마찬가지"라며 "어른들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도 해야 한다. '소확행'처럼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삶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이 도입한 ‘게이트키퍼’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이트키퍼는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 상담 및 치료를 받도록 연계하고 위급상황을 관리‧지원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살이 왜 나쁜지, 예방이 왜 중요한지 체득한다. 

전홍진 센터장은 “게이트키퍼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자살 위험이 있거나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을 초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린 시절 잘 체득하면 나이가 들어 직장 등 자기가 속한 곳에서도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인력·예산은 숙제

한국과 일본의 연도별 자살예방예산(단위:억원) [그래픽=김세혁 기자]

자살예방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아쉬운 점은 예산이나 인원 부족이다. 지난 7년간 서울시 SOS생명의전화에는 무려 6497건의 자살상담이 이어졌지만, 한밤중에 서울 전역의 자살자를 막기 위해 대기하는 인력은 고작 3명이다.  

OECD 국가들 중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 중인 한국의 한해 자살예방 예산은 초라한 수준이다. 자살률이 우리보다 낮은 일본은 2014년 3650억원에서 이듬해 7430억원으로 자살예방 예산을 2배 넘게 늘렸다. 지난해 예산도 7500억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99억원이이었다. 올해는 그나마 늘어 162억원을 편성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예산이 늘면 무료 상담이나 병원치료 등 폭넓은 예방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인력도 확대 편성해 촘촘한 예방활동이 가능하다. 전홍진 센터장은 “미국에선 자살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전문가 상담이나 병원 진료를 받도록 나라에서 보조를 해준다”며 국가 재정지원을 아쉬워했다.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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