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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줄다리기 '표현의 자유'…논란만 있고 해법은 없다?

기사등록 : 2018-09-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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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윤서인 1년 구형'으로 들여다본 '표현의 자유' 논란
"고 백남기 유족 욕보여" vs "충분히 표현가능한 기본권"
전문가 "표현의 자유는 폭정에 항거한 작품에나 쓰는 말"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숨으면 곤란하다.”

최근 검찰이 시사만화가 윤서인(44)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며 ‘표현의 자유’ 논란이 뜨겁다. 윤씨의 만평이 고 백남기 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그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평에 넣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반면 윤씨는 “시사만화가로서 이 정도 만평은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라고 맞섰다.

영원한 줄다리기, '표현의 자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표현의 자유’는 우리나라 헌법이 정신적 자유권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정신적 자유권은 헌법 제19조, 21조, 22조에 나타난다. 이중 제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인정하도록 명시했다. 

논란의 핵심은 윤씨 말대로 그의 만평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느냐다. 윤씨 만평의 내용은 이랬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남성(고 백남기 씨)이 가족 동의가 없어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다음 장면에서 한 비키니 여성이 ‘아버지 살려내라. X같은 나라’라는 글을 SNS에 올린다. 여성은 백씨의 딸이다. 윤씨는 이 만평을 통해 가장이 중태에 빠졌는데도 휴양지에 놀러간 딸의 매정함을 꼬집었다.

만평은 즉각 논란이 됐다. 윤씨가 경찰 과잉진압으로 숨진 고 백남기 씨와 유족을 욕보였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1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백씨의 딸은 발리에 있는 시댁에 방문한 것일 뿐, 휴양지에 놀러간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살인마 조두순과 피해 가족이 등장하는 윤씨의 과거 만평도 뭇매를 맞았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전부터 숱하게 벌어져왔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는 웹툰들은 지금도 외설·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소년 등급인데도 흡연, 음주 장면이 등장하고, 사람 생살이 찢기는 호러영화 뺨치는 장면이 물결을 이룬다.

웹툰의 수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늘 ‘표현의 자유’ 이야기가 나왔다. 찬반논쟁만 요란할뿐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라는 잣대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한 독자는 “성인이 봐도 섬뜩할 장면이 청소년 웹툰에 나온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작품을 두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논란이 될 때마다 작가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으면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표현의 자유’를 적용할 잣대도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정 인물을 모욕하고 험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건 ‘표현의 자유’와 별개의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는 폭정에 맞선 예술작품 등에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논란이 될 때마다 ‘표현의 자유’라며 적당히 넘어가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명예훼손 등으로 피소된 사람들이 항상 들고 나오는 논리가 ‘표현의 자유’인데, 이번엔 적용할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작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포털사이트 등 업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웹툰 독자는 “논란이 될 부분은 검열을 통해 자르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업체도 결코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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