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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 벌초대세는 대행서비스…시간·비용·가족간 갈등 ↓ '1석3조'

기사등록 : 2018-09-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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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비판하는 부모세대 우려의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윤용민 기자 = 올해 며느리와 손자를 본 공무원 라재현(58)씨는 추석 날마다 해오던 벌초를 올해부터는 직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벌초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남는 시간에 새로 생긴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들 내외에게 이런 뜻을 전하니 곧바로 '절대 환영'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라씨는 "진드기 같은 벌레가 많은 묘소로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려가는 건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핵가족화와 탈(脫)고향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로 직접 조상 묘를 돌보는 대신 벌초를 남에게 맡기는 '대행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20일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까지 산립조합의 벌초 도우미 계약 건수는 2만5143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8800기)에 비해 33%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 2만1051기에 머물던 벌초 도우미 계약 건수는 △2014년 2만1205기 △ 2015년 2만3656기△2016년 2만7877기△2017년 3만1502기로 증가 추세다.

고향 친구 등 지인에게 따로 돈을 주고 벌초 대행을 시키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60대 이상 부모 세대는 이같은 세태에 반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송파구에 사는 선우영(76)씨는 "조상을 모시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건 자손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며 "예전에도 다 했던 일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몸 편한 것만 찾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모처럼만의 기회에 조상에게 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벌 쏘임과 예취기 관련 사고에 대한 우려도 벌초대행 서비스 인기에 한 몫 한다.

직장인 김재영(33)씨는 "지난해 추석에 벌초를 할 때 예취기 날에 베여 연휴를 사실상 통째로 날렸다"며 "이제 (대행 서비스로 인해) 그럴 걱정도 없고, 무거운 장비도 필요없고 또 괜히 모였다가 발생할 수 있는 가족간 싸움도 피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귀띔했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점점 신청자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매장 문화가 사라져 가면서 벌초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벌초 도우미 서비스 이용료는 1기당 1회 8만원이며 묘지의 수, 면적, 거리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며 "묘소 주변의 벌목이나 나무 심기, 석조물 설치 등 종합적인 묘지관리 대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ow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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