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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특수 없다"...닫힌 지갑에 '한숨' 쉬는 전통시장

기사등록 : 2018-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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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 "올 추석 매출 작년보다 절반 넘게 줄어"
기록적인 폭염 탓에 시금치 등 물가 크게 올라
지자체 "추석 시장 활성화 대책은 상인연합회 소관"

[서울=뉴스핌] 노해철 수습기자 = "매출이 늘어나기는커녕 갈수록 줄어드는데, 명절 대목도 이제 옛말이지"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30년 넘게 생선장사를 해온 강영매(80)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시장은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시장 상인들은 '명절 대목'은 옛말이라며, 차례 용품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강 할머니는 "매출이 작년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면서 "손님들이 생선 5마리 살 것을 3마리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장사를 하는 김모(68)씨도 "장사가 안되는 탓에 올 추석은 도매상한테 물건을 조금만 받아놨다"고 털어놨다.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는 추석을 앞두고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사진=노해철 수습기자> 2018.09.21 sun90@newspim.com

올해 기록적인 폭염도 장사 부진에 한 몫한다는 게 상인들 분석이다.

폭염 여파로 차례용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전통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5.43(2010=100 기준)으로 2014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농산물 가격은 전달보다 18.3% 올라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시금치(222.9%)와 배추(91%), 무(29.1%) 등이 인상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영향으로 올해 차례상에 드는 비용도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올해 차례상 비용으로 전통시장 19만9637원, 대형마트 24만6443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3.4%, 3.5% 오른 수치다.

비용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야채 가게에서 발걸음을 돌린 이모(64)씨는 "말도 못 하게 가격이 올랐다"면서 "시금치나 호박 같은 것을 빼고 음식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정주부인 김모(47)씨는 "예전 같으면 한우를 샀을 텐데 올해는 수입산 소고기를 샀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상인들은 상품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골손님조차 발길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성안(52)씨는 "도매가격은 올랐지만 가게는 단골손님 때문에 함부로 올릴 수 없다"면서 "마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르스 여파로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줄어든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상인이 답답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2018.09.20 leehs@newspim.com

명절 연휴 동안 해외에서 지갑을 여는 사람이 늘어나는 세태는 시장 상인의 시름을 더 깊게 한다.

이씨는 "요즘 사람들은 명절을 조상을 모시는 날이라기보다 휴가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전통재래시장도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 기간(21~26일)에 77만7000명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평균 13만명으로 지난해보다 8.2% 늘어난 규모다.

시장상인들은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남대문시장이 갈수록 죽어간다"면서 "앞으로 2년 정도만 하고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할머니도 "요즘은 생선 파는 것보다 운동 삼아서 시장에 나온다"면서 "비나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는 이러한 상인들의 고충을 덜어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 시장경제과 전통시장팀 관계자는 "명절 시장 활성화 관련 대책은 상인연합회 소관이고 구청 차원에서의 대책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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