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제2의 일본이 될 것인가 <전병서 교수 칼럼>

“100년 강국 미국”과 “100년의 꿈 중국”의 충돌
중·미 무역전쟁, 한국은 기회요인 적극 활용해야

본문내용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11일 오후 4시17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세계의 패권국 미국은 G2 국가를 다루는 룰(rule)이 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G2의 경제 규모가 미국 GDP의 40%를 넘어서면 반드시 손을 봤다. 최근 100년을 돌아보면 소련, 일본이 여기에 당했고, 이번에는 중국 차례다. 미국은 G2 국가의 굴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냉전 시대 미국을 위협했던 소련의 GDP가 미국 GDP의 40%를 넘어서자 해체 작업을 통해 소련을 분열시켜 무력화했다. 소련에 이어 세계의 G2로 등장한 일본이 1985년 미국 GDP의 32%를 넘어서 45%를 돌파할 즈음에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을 좌초시켰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G2로 부상했다. 오바마 1기 정부 첫해인 2009년 중국은 미국 GDP의 36%에 달했고 2010년에 41%를 돌파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해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2018년 중국 GDP가 미국 GDP의 69%를 돌파한 시점에서 트럼프 집권 2년 차에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중국 손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미·중의 33년 만의 전쟁, 33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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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제국 미국은 “새로운 100년의 패권”을 꿈꾸고, G2 중국은 “두 개의 100년의 꿈”을 꾼다. 중국은 1921년 공산당을 창당하면서, 1949년 사회주의 신중국을 건설하면서 두 개의 100년 대계(两个百年目标)를 세웠다.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중진국에 도달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2050년)에 세계 유일 슈퍼강국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지금 미·중의 무역전쟁은 “100년 강대국 미국”과 “중국 100년의 꿈”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길고 오래갈 패권전쟁이다. 미국엔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좌초시킨 이후 33년(1985~2018년) 만에 맞이하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다. 중국엔 지금부터 2050년까지 지속될 33년(2017~2050년)간의 긴 전쟁의 시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에 따르면 2018년 중국 GDP는 미국 GDP 대비 69%, 5년 후인 2023년에는 88%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 구도가 지속된다면 2030~2035년 사이에 중국 GDP는 미국 GDP를 넘어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자를 만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은 100년 강대국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하물며 100년의 구력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이 2인자를 깨는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닌 세 번째다. 미국은 중국의 ‘30년 전략’ 정도는 미국의 ‘100년 전략’으로 깨부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일어서지 않으면 당할 판이고, 미국은 중국을 주저앉히지 못하면 당할 판이다. 중국은 이 길로 가야 살고, 미국은 중국이 가지 못하게 막아야 산다.

◆ 미국이 일본을 죽인 것은 무역전쟁 아닌 환율전쟁

미국의 대중국 통상을 담당하는 핵심 3인방과 과거 미국의 일본 제재 과정을 보면 그 스토리가 매우 유사하다.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과거 일본처럼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작다. 이유는 2017년의 중국과 1985년의 일본 상황이 9가지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1985년 일본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37%였고, 대미 무역흑자는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차지했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9%이고, 대미 무역흑자는 전체 무역흑자의 66% 선이다.

일본은 1985년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의 1억3000만 인구를 가진 시장이었지만, 중국은 2018년에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의 13억8000만 인구를 가진 시장이다. 과거 1985년 일본의 10배가 넘는 시장이자 공장인 셈이다. 중국 공산품 대미 수출의 75%는 임가공으로 중국은 미국의 공장이자 시장이다.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져 있다.

과거 일본에 대한 무역 제재가 1985년부터 시작됐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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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을 좌초시킨 것은 ‘무역의 창(槍)’이 아니라 ‘환율의 창(槍)’이었다. 미국은 10년에 걸쳐 일본 엔화를 무려 69% 절상시켰다. 이를 통해 10년 동안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1995년 미국 GDP의 71%까지 달했던 일본 경제는 2017년에는 25%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은 일본을 30여 년에 걸쳐 무력화했다.

환율전쟁에서 중국이 일본과 다른 점은 3가지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국방 및 외교 분야의 종속적 관계였다. 때문에 미국의 환율 절상 요구를 거절할 능력이 없었다. 또한 일본은 핵무기 보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프랑스, 서독, 일본, 미국, 영국 5개국의 플라자 합의를 통한 환율 절상이 가능했다.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유럽 국가의 합의와 중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유럽연합(EU)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EU 출범 이래 미국과 계속 부딪치고 있다.

핵보유국인 중국은 미국에 국방 측면에서 빚진 것이 없다. 또한 환율 자체도 표면상으로는 관리변동환율제이지만 실제로는 ‘전일종가+복수통화바스켓 가중치+경기 대응요인’의 3가지를 통해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가중치 조절과 경기 대응요인을 통해 환율을 조정할 수 있다.

◆ 한국,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의 묘수 찾아야

한국 내에는 미국 무역보복으로 인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넘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위기론은 과장된 부분이 많다. 과도한 부채를 가진 기업 부도가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은행 대출의 60% 이상은 국유대기업이 빌려간 것이고 중국의 은행은 대부분 국유은행이다. 기업이든 은행이든 모두 국유이기 때문에 국가가 공적 자금을 넣어 부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서방 시스템과 다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은 재정 지출과 감세 조치를 통해 수출감소분에 대응하는 대략 3.3%의 GDP 증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대해 자금 유출을 우려하지만, 이는 미국의 2000억 달러 규모 수출품에 대한 10% 보복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3월 이래 6.3이었던 위안화 환율을 9% 가까이 절하했고, 관세환급률을 1~5% 올려 10% 보복관세 효과를 상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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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오래갈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은 피해자라고 징징거릴 때가 아니다. 어부지리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2018년 들어 중국 경제위기설에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월 기준 단 한 달도 감소한 적이 없다.
한국의 기회는 네 가지다. 첫째,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 기회가 생겼다.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보완하려고 2조5000억 위안, 425조 원 규모의 정부지출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철강, 화학, 기계 등 전통 산업에 기회가 왔다.

둘째, ‘기술도둑’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4차 혁명 기술 파트너를 찾고 있다. 트럼프 덕분에 한국 기술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국제조 2025’와 4차 혁명 기술에서 한국이 중국의 중요한 기술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셋째, 중국이 내수 확대에 올인한다. 11월 역대 최대의 수입박람회를 개최해 수입시장으로서 중국의 면모를 과시한다. 개인소득세 면세점 확대와 증치세 인하 등 세금 감면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있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에 달한 중국의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전 세계 럭셔리 명품 매출의 32%를 책임질 정도로 브랜드 제품의 구매력은 세계 1위다. 한국으로서는 1인당 소득 4000~8000달러대에서 쓰는 중저가 제품이 아니라 소득 1만 달러대 이상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중고가 브랜드 제품으로 중국을 공략하면 기회가 있다.

넷째,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이 금융시장을 빠른 속도로 개방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중국 퇴출을 걱정할 게 아니라 한국 기업을 뒤통수친 잘나가는 중국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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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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