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노숙인 도시락'....시민 불만은 '가중'

노숙인 늘어 시민 불편 커지지만 해결은 '막막'
전문가 "인근에 배식소를 만드는 게 낫다"

본문내용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11일 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는 난데없이 제육볶음 냄새가 풍겼다. 한 시민단체가 영등포역과 맞은편 백화점 사이 공용통로에서 노숙인에게 밥과 김치, 제육볶음으로 들어있는 포장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노숙인들을 섬기기 위해 왔다"고 했다

도시락을 받기 위해 통로에 길게 늘어선 노숙인은 100여명에 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는 노숙인도 있었다. 낯선 광경에 몇몇 시민들은 노숙인들을 흘겨봤다. 지하철을 타러 가던 직장인 이민지(29)씨는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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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배식을 진행하고 있는 한 단체. 2018.10.12. sunjay@newspim.com

최근 선교를 목적으로 노숙인에게 음식물을 나눠주는 단체에 불만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대한 배식은 큰 틀에서 보면 바람직하다고 볼수 있지만, 배식을 받은 노숙인들이 번잡한 지하철 역사 안으로 몰리면서 청결문제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시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따로 배식소를 마련해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주무관청인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현재 2개의 단체가 정기적으로, 3~5개 단체가 비정기적으로 영등포역에서 노숙인에게 배식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모두 종교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등포역에서는 배식행사가 두 차례 열렸다. 이들은 각기 다른 단체였다. 한 단체는 지하철역 외부 출입구 앞 인도에서 초코도넛을 나눠줬다. 또 다른 단체는 매주 목요일 밤마다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도시락은 총 160인분이었지만, 나눠준 지 15분 만에 동났다. 된장국을 퍼주던 남성은 "날씨가 추워지면 도시락 받으러 오는 노숙인들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산동에 산다는 전업주부 류혜선(41)씨는 "술 취한 노숙자가 쳐다보면서 손인사하고 이러면 괜히 해코지 당할까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대학생 김덕기(26)씨는 "노숙자 인권도 중요하겠지만, 공공시설을 개인주거 목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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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배식을 진행하고 있는 한 단체. 2018.10.12. sunjay@newspim.com

관계당국은 관련 법률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10명가량 인력을 배치해 계도 차원의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것까지 구청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관계자 역시 "해당 통로는 우리 소유도 아니어서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쉼터를 마련해 줘도 구속감을 느끼는 노숙인들이 지하철역에 모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풍속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인근 교회에 작은 급식소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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