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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정찬우 사적 문자메시지, 폭로용 변질?

기사등록 : 2018-10-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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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협, 안종범-정찬우 문자메시지 공개 논란
수사용도 아닌 폭로용도 변질 지적 거세
법조계 “수사기관이 문자메시지 흘려 ‘적폐 사슬’ 유지”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가 보수 언론에 청탁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토록 했다는 정황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은밀한 사적 대화의 대중적 공개유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의 도움없이 유출될 가능성이 극히 드문 개인간 문자메시지가 ‘수사 용도’가 아닌 ‘폭로 용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적폐를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의 구호가 머쓱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검찰 등 수사기관 아니면 알수없는데?”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2월과 3월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이에서 오간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정부가 보수언론을 동원해 한국은행 금리 인하 유도를 위해 노력했다는 안종범 전 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간의 사적 대화가 담겨 있다.

이에 앞선 17일에는 기획재정부 고위간부들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안종범 전 수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방송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문자메시지의 유출과정이다. 안종범 전 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됐다.

여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확보한 차원이라지만 수사과정에서 얻은 것일 가능성이 큰 사적 문자메시지가 국회의원실에 흘러 들어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법조계로부터 나온다. 

A변호사는 “이같은 문자메시지는 수사과정에서 흘러 나오지 않고서는 국회의원이라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안종범 전 수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 등 수사기관은 일부 피의사실을 흘려 여론을 떠보거나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끄려는 나쁜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적폐적 관습이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는 점에 법조계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A변호사는 “문자메시지에서 오간 대화의 공익성 여부를 떠나 개인적 대화가 대중에게 수사용도 외에 유출된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수사를 받은 누구나 재판에서만 이용돼야 할 자신의 피의사실이 공개적으로 퍼진다는 것인데 개인정보보호 차원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천=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흐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10.12 deepblue@newspim.com

 ◆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일부 피의사실을 공표해 면박을 주는 동시에 당사자를 죽음까지 몰고간 대표적 사례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다.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회갑선물로 받은 명품시계 한 쌍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같은 논두렁 시계 의혹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법무부도 이같은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폐해를 잘 알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지적을 받자 “(제가 검찰에) 피의사실 공표, 심야수사,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 3가지를 시정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3개 다 이행이 안 되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여전히 검찰 등은 슬쩍 흘려 여론 추이를 보거나 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무기로 피의사실공표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악습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내는 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이라고 귀띔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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