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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암세포’는 포식자가 먹이 찾듯 이동한다..암전이 이론토대

기사등록 : 2018-11-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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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외국인 부부 연구자, 전이 암세포 ‘걸음걸이’ 추적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 '레비워크' 규명
암 전이원리 이론적 토대..전이 막는 기술개발도 기대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전략을 전이 암세포도 구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의 외국인 부부 연구자는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인 레비워크(Lévy walk)를 통계적으로 규명해 공동 교신저자로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 암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레비워크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통계적 분석으로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0월  31일자에 게재됐다.

            (그림) 1차원에서의 암세포 이동 및 레비워크와 단순 확산 비교 [자료=IBS]

레비워크(Lévy walk)란 자연계의 포식자가 먹이를 찾을 때 보이는 움직임을 말한다. 한 지역에서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무작위 움직임을 반복한다. 시간 당 움직이는 변화의 위치가 단순 확산에 비해선 길지만 방향이 있는 탄도 움직임보다는 짧다. 

또한 연구진은 국제 공동 연구진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린 살아있는 쥐에서도 전이 암세포의 레비워크 이동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암 전이 원리를 밝히는 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고 방향성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전이 암세포가 비전이 암세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데이터를 모은다 하더라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IBS를 비롯해 미국, 폴란드 연구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보통 2차원 접시에서 이뤄지던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했다. 실제 몸속에서도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세포가 앞뒤로 움직일 트랙(track)을 유리 평면 위에 구현했다. 트랙 외에는 금과 자기조립단층(SAM)을 입혀 세포가 붙지 않고 트랙 안에만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평면에서 움직이는 세포 움직임은 방향 전환 시점을 구분하기 어려워 한 걸음을 정의하는 데 모호함이 있었던 반면 이 방법은 세포의 방향 전환 시점과 한 걸음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6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000~2만 개의 위치 데이터를 얻었다.

더 나아가 실험에서 관찰한 레비워크가 실제 조직 내에서도 적용되는지 확인했다. 기록을 토대로 구역을 나눠 양적 분석을 시도한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지만, 종양 부위로부터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의 경우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함이 관찰됐다.

IBS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사진왼쪽)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부부 연구위원 [사진=IBS]

생물학 부문을 맡은 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연구결과로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 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암세포 전이 원리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암 전이를 막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연구를 총괄한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미래에는 세포 움직임을 수정하는 RNA 기술과 이를 관찰하는 통계물리학의 조합으로 세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kimy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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