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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성폭행' 장교 2명 무죄판결..."누가 군대 성폭력 신고하겠나"

기사등록 : 2018-11-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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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게시판 ‘여군 성폭행’ 가해 장교 2명 무죄
법원,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의문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누가 신고하나" 반발...군사법원 폐지 주장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부하 여군을 강간한 두 명의 해군 간부를 처벌해주십시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군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해군 장교 2명이 고등군사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방청연대에 나선 한국성폭력상담소,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는 항소심 선고가 있던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고등군사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규탄했다.

단체는 “법원이 1심에서 10년형이었던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를 또 선고했다”며 “이로써 한 함정에서 두 명의 상사가 연달아 했던 성폭력에 대해 고등군사법원이 둘 다 무죄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단체에 따르면 법원은 사건이 벌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건 당시 피해자가 상급자로 인해 심리적 억압상태에 놓여있었음은 인정하나 폭행·협박에는 해당할 수 없다며 무죄를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위계적 조직이 법원에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군에게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거냐고 물으면 10%도 안 나온다”며 “군대 내 성폭력 대책을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군사법원은 이번에도 성범죄자의 방패가 돼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고 가해자를 엄호했다”며 “성범죄자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는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군사고등법원에 선 한국성폭력상담소 방청연대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여군 성폭행 사건’은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며 12만8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여성 해군 A대위(당시 중위)는 지난 2010년 9월경 상관 2명에게 강간 및 강제추행 등을 당했다.

자신이 A씨 애인이라고 밝힌 청원 작성자는 “A대위는 당시 함정에 포술장으로 근무하던 직속상관 B소령에게 상습적 강간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소령은 A중위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해 남자 맛을 알려준다는 빌미로 자신의 범죄행각을 합리화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B소령의 성폭행으로 A대위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해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고, 이를 알게 된 해군 대령에게 또 다시 강간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 “함정의 함장 C대령은 위로를 명목으로 한 티타임을 가지자며 A중위를 본인의 숙소로 유인한 뒤 직위를 이용해 강제로 술을 먹이고 위력을 사용해 강간하는 인간 이하의 행동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던 A대위는 현 소속 헌병 수사관과 양성평등센터 법무관의 설득으로 지난해 B소령과 C대령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최초 가해자인 B소령에게 징역 10년, C대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군사고등법원은 지난 8일 C대령에 이어 19일 B소령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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