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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2구역 철거민 극단적 선택... 시민단체 "사회적 타살이자 국가폭력"

기사등록 : 2018-12-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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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3번째 강제집행 이어지며 30대 철거민 한강 투신 사망
유서에 "어머니에게는 임대아파트 드려 저 같이 되지 않게 해달라"
빈민해방연대 "강제철거에 철거민들 좌절... 10년 전 용산참사와 다를 바 없어"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시민단체들이 재건축 지역인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으로 쫓겨난 30대 남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빈민해방연대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포 아현동 철거민 청년의 죽음은 살인개발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자 국가 폭력”이라며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청에 1차적 책임이 있으니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강제철거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아현2구역 조합에 대해 철거중지 및 인가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두 차례에 마포구청에 걸쳐 발송했다”며 “구청이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아 3차례 강제집행을 당한 철거민이 절망해 결국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빈민해방연대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에 투신한 아현2구역 철거민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zunii@newspim.com 2018.12.05 [사진=김준희 기자]

앞서 아현2구역 철거민인 박모(37·남)씨는 4일 오전 11시25분쯤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가 남긴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났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적혀 있었다.

박씨는 지난 7월과 9월 두 번의 강제집행으로 거리에 내몰려 일정한 주거 공간 없이 노숙인 생활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머무른 공가도 지난달 30일 강제집행되며 박씨는 크게 절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용산참사 10주기가 다가오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국가는 철거민을 죽이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구역은 재개발구역과 달리 철거민 이주대책 관련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빈민해방연대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아현2구역 철거민의 유서를 공개했다. zunii@newspim.com 2018.12.05 [사진=김준희 기자]

이날 발언에 나선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박씨 어머니가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썼을 때 서울시 인권 지킴이와 경찰들은 어디에 있었냐”며 “우리는 사회적 타살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가난한 자들의 주거생존권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서에는 어머니께서 임대주택에서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다”며 “박씨는 귀한 목숨 바칠테니 어머니같은 서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숨진 박씨 어머니도 마이크를 잡고 “60대 여성이 무슨 힘이 있다고 두 번째 강제집행 당시 용역 5명이 버티려는 나를 들어 밖으로 옮겼다”며 “이렇게 강제집행이 이어지며 나의 전부였던 아들을 잃었다”고 흐느꼈다.

아현2구역 철거민들은 구청의 강제집행을 규탄하고 “토지 감정평가액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지난달 15일 마포대교에서 투신 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여 왔다. 지난달 21일에는 철거민 1명이 공사 현장 5층 높이 건물에 올라 6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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