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지옥②] 무죄 후 남은 건 상처…“‘징벌적 손해배상’ 美 사례 참고해야”

성범죄 수사시 피해자 진술 우선…사실상 ‘유죄 추정’
사건 연루만 돼도 직장 잃고 따가운 주변 시선 ‘낙인’
“손해 상응 대가 물려야…‘징벌적 손해배상’ 美 사례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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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무고의 무서움은 그 이전의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데 있다.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된다. 주변으로부터의 비난 시선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우 성범죄에 연루되기만 해도 수사단계에서부터 직위해제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 무죄 선고 후 남은 건 상처…망가진 삶 어떡하나

한 50대 남성은 출근길 버스 옆자리에 앉은 20대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 당했다. 여성 어깨에 기대고 블라우스 옷 틈 사이로 가슴을 봤다는 것이다. 남성은 좌석이 좁아 어깨만 닿았을 뿐 성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경찰에 연행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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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은 어느부분이 자신의 어깨에 닿았는지 명확히 보지 못했다는 등 여성의 진술이 바뀌자 신빙성을 의심하고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남성은 이번 사건으로 직장까지 그만 두고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차가운 시선도 그대로다. 그는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법조인들은 수사와 재판 실무에 있어 성범죄의 경우 사실상 ‘유죄 추정’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는 대부분 밀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 변호사는 “다른 직접적, 객관적 증거 없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고죄로 맞선다 하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아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된다. 피해를 구제받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무고 배상액 말도 안되게 적어…‘징벌적 배상’ 미국 사례 참고해야”

일각에서는 무고죄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을 경우 미국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물어내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3년 7월 데이비드 리긴스(David Riggins) 미 육군 대령은 준장 진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관학교 시절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동기 여성의 SNS 글로 인해 진급에서 누락됐다. 그는 전역 후 곧바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여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정공방 끝에 지난해 8월 840만 달러(약 94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박진성 시인은 2016년 10월 한 여성이 SNS에 올린 성폭행 글 때문에 ‘성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박 씨의 시집은 서점에서 사라졌고 출간 예정인 책도 계약 해지됐다. 그는 억울함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박 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그를 고발한 여성은 무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박 씨는 자신을 무고한 탁모씨와 일간지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사소송을 냈고 1심은 총 57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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