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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라서" 문닫힌...'서울 3대 정원' 성락원

기사등록 : 2018-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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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별궁...서울 명승 3곳 중 하나
전체 소유주 40명 추정... 개방 안돼 시민들 아쉬움
성북구 "시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노력"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12일 오후 1시. 우리나라 3대 정원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구의 ‘성락원’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대로변에서 벗어난 골목길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인적은 드물었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가 전부였다.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명승지라는 사실을 알기란 어려웠다. 동네 주민 A(44)씨는 “얼마 전 잠시 개방됐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닫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이 방문했다가 문이 닫혀 있어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조선시대 정원인 ‘성락원’이 일반에 개방되지 않으면서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지정 문화재지만 소유자가 따로 있는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닫혀 있는 성락원 정문. 2018.12.12

13일 문화재청, 성북구 등에 따르면 명승 35호인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으나, 조선 황족 중 유일하게 항일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로 알려진 의친왕 이강(1877∼1955)이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조선시대 서울 도성 안에 위치한 몇 안 되는 별서정원의 하나로 가치가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면적은 1만4407㎡이며 서울 성북구 선잠로2길 47 (성북동)에 위치해 있다.

성락원은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으로 조정됐다. 문화재보호법상 명승은 동물·식물의 서식지로서 자연 경관이 뛰어나거나 역사문화경관적 가치가 큰 곳이 지정된다. 서울시내에는 단 3곳만 존재하며 성락원을 비롯해 서울부암동백석동천, 서울 백악산 일원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 성락원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현재 성락원의 필지 소유자는 40여명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성북구가 주최하는 행사 때나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개방하지 않는 한 일반 시민들이 성락원 내부를 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성락원을 방문했던 시민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성락원의 개방을 요청하는 민원도 쇄도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성북구청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성락원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필지 소유자들 중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2명 중 1명의 소유자와 개방을 놓고 협의 중일 뿐, 다른 1명과는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올해는 내부 공사로 매년 열리는 ‘문화재 야행’ 행사 때 성락원을 공개하지 못했다”며 “더욱 자주, 장기적으로는 상시개방 될 수 있도록 소유자들과 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는 물론 정부 당국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중요한 문화재가 시민들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문화재가 ‘공개 원칙’이라고 해도 사실상 소유자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면 공개가 어렵다”면서 “문화재 보존도 중요하지만 시민들과 문화재가 만날 수 있도록 문화재 활용 방안을 다함께 고민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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