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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⑤ 세계경제 기침만 해도 한국경제는 독감

기사등록 : 2018-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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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대외의존도…수출입 비중 20년새 23%p↑
외국인 국내 투자액 급증…외국인 지갑에 춤추는 국내소비
실물·금융경제 개방으로 불안정성 커져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붕괴하는 한국경제의 둑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한국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IMF와 이를 최소화하려는 우리 정부와의 줄다리기 협상이 곧바로 시작됐다.

12월 3일.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13일 만에 정부와 IMF는 협상안에 최종 합의한다.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개방 등 IMF가 제시한 여러 요구 조건을 받아들인다. 이후 한국은 IMF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며 외환위기를 극복한다. IMF 지원을 받은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은 세계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꼽힌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IMF 구제금융은 한국경제에 후유증을 남겼다. 구조조정 결과 대기업 특히 수출 중심의 대기업 의존도가 과거보다 커졌다. 과감한 금융시장 개방은 한국경제를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었다.

◆ 대외의존도 20년 새 껑충 뛰어…OECD 평균 상회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경제연구소와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과 중국 통상마찰 심화를 내년 한국경제 리스크로 꼽는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이므로 세계 무역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대외의존도는 껑충 뛰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민계정을 보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1997년 61%다. 이 비율은 2017년 84%다. 지난 20년 동안 23%포인트 상승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대외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GNI 대비 수출입 비율이 100%를 웃돌았던 때(2011년 113.5%)와 비교하면 84%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높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미국 33.9%, 일본 37.3%, 중국 45%, 프랑스 71.%, 영국 75.9%다.

한국은행은 "수출입 크기는 대외 의존도 척도"라며 "수입 비중이 높으면 수입품목 국제 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이나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수출 비중이 높으면 해외 경기 변동에 국내 경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6배 늘어…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 커져

IMF가 제시한 요구 사항에 따라 정부는 금융시장 빗장을 연다. 정부는 1998년 5월 외국인 주식 투자 한도를 폐지했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조치 이후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은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은 634조7000억원이다. 2001년말(100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비중은 32.8%에서 33.6%로 0.8%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증가는 일장일단이 있다. 과거보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가 쉬워졌다는 점은 장점이다. 반면 외국인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환율이나 외환 수급도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 국내소비도 외국인 지갑에 좌지우지…꼬리가 몸통 흔들어

그렇다고 안방인 내수시장이 든든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씀씀이에 따라 국내소비도 춤을 춘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쓰는 절대액은 한국인이 국내에서 쓰는 돈보다 훨씬 적지만 영향력은 과거보다 커졌다. 대표 사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충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0월 내놓은 '외국인 국내소비의 변동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7년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년대비 27% 감소한 영향을 받아서 전체 국내소비는 전년(2.5%)보다 낮은 1.7% 증가에 그쳤다. KDI는 외국인 국내소비 감소가 국내소비 증가율을 0.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외국인 국내소비가 국내소비 변동성에 대한 기여율이 44.7%에 이른다"며 "국내소비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소비와 실물·금융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보다 불안정성이 커졌다.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과거보다 더 쉽게 감기에 걸리는 환경이다. 이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정부 의지와 별개로 세계경제가 나빠지면 한국경제는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보호무역 리스크 관리와 함게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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