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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레토' 유태오 "빅토르 최 숨소리까지 듣고 익혔죠"

기사등록 : 2019-01-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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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타이틀롤 열연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렸던 지난해 5월 낯선 한국 배우 한 명이 국내 영화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태오(38). 경쟁 부문에 초청된 러시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레토’ 주연배우로 그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3일 ‘레토’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뉴스핌이 유태오를 만났다. ‘레토’는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구소련의 전설적인 록가수이자 저항의 상징인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로 발탁된 그는 “처음엔 캐스팅이 안될 줄 알았다. 미팅, 사진, 영상 오디션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모스크바를 갔고 오퍼가 왔다. 너무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배우 유태오가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17 mironj19@newspim.com

“빅토르 최 정보는 많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아는 수준만큼 알았죠. 그러다가 캐스팅되고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완전히 빠져들었죠. 물론 부담도 엄청났어요. 빅토르 최 음악으로 구소련이 무너졌다고 할 만큼 영향력이 컸던 사람이죠. 또 앨범을 분석해보면 되게 시적이고 당시 사람들이 표현하지 못한 표현 방식, 비유와 상징을 가지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비교할만한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만의 해석이 들어간 작품이라 그 편안함이 있었죠.”

캐스팅 확정 소식에 마냥 들떴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레토’는 그에게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생전 본적 없는 러시아어를 익혀야 했고 빅토르 최의 곡을 외워 노래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았다. 게다가 첫 촬영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삼 주. “페이를 받았으니까”라며 웃던 유태오는 이내 “엄청 어렵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오디션을 영어로 봐서 연기도 영어로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죠. 노래도 아홉 곡이나 외워야 했고요. 책도 많이 잃고 영상도 많이 봤어요. 빅토르 최 어쿠스틱 콘서트 음악들도 직접 찾아봤죠. 그의 숨소리까지 들었어요. 자면서도 쉬면서도 쉴 틈 없이 들었죠. 그렇게 짧은 시간 최대한 많이 소화시키려고 했어요. 준비가 돼야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삼 주 과식하고 두 달 단식한 셈이죠.”

연기 외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지난 2017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촬영 도중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 공금 횡령(진짜 이유는 그간 반정부적인 성향의 작품들을 연출했기 때문이라 추측되고 있지만)으로 연행됐다. 촬영이 5회차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카오스였어요. 혼란스러웠죠. 지금까지 한 촬영을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신들이 빛날 기회를 잃는구나 싶었어요. 그러던 찰나 제작사 대표님이 감독님 없이 가보자고 하셨어요. 그동안 감독님이 많은 것을 만들어 놓고 가셔서 가능한 일이었죠. 감독님의 시나리오, 노트를 보면서 나머지를 찍어갔죠. 다행히 중요한 장면들은 앞에 찍어둬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칸 초청으로 그떄 스트레스가 해소된 듯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배우 유태오가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17 mironj19@newspim.com

아직 낯선 이들이 많겠지만, 사실 유태오는 꽤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81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런던에서 연기를 공부한 후 국내외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한국영화 ‘여배우들’(2009), ‘자칼이 온다’(2012), ‘일대일’(2014)부터 베트남영화 ‘비트코인 하이스트’(2016), 타이영화 ‘더 모먼트’(2017), 할리우드영화 ‘이퀄스’(2015) 등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국내외를 따진 적도 없고 따질 생각도 없어요. 그저 이 시기에 저에게 좋은 작품들을 하고 싶죠. 나라에 포커스를 맞추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밥차 말고 다른 것도 없고요. 오히려 작품 선택은 전에 했던 것과는 다른 거, 이번에 추웠으니까 따뜻한 촬영 장소 등 단순하고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죠. 제가 못봤던 구조, 캐릭터에는 확실히 끌려요. 대부분 배우가 꺼리는 작품에도 흥미가 있고요. 물론 모험하면서도 상업적 성공을 꿈꾸기 때문에 그 타협점도 찾으려 하죠.”

연기에 국적이란 무대는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뿌리인 이곳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 이에 올해는 한국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예정이다. 상반기 드라마 ‘배가본드’와 ‘아스달 연대기’를 선보인 후 천우희와 함께한 영화 ‘버티고’로 관객과도 만날 계획이다.

“이렇게 계속 뵐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꿈이 클 수도 있고 욕심일 수도 있는데 일단 제 바람은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를 올리는 거예요. 연기 15년 차지만, 관객 입장에서 볼 때 저는 이제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달려야죠. 앞으로 몇 년간은 주위 사람들과 의논하면서 들어오는 대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물론 나의 목적으로 향하는 동시에 객관적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요. 좋은 작품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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