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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채 3조인데 2조 한번에 빚진다는 서울시

기사등록 : 2019-01-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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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삶 바꾸겠다"...올해 2조4000억원 발행
최근 5년간 1조원 이상 발행한 적 없어
서울시 지방채 이미 3조원 '훌쩍'...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적정성 의문..."기존사업이 대부분...'돌려막기' 의심"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시가 올해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2조4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 연간 약 8000억~9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지방채 발행은 처음으로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청 전경 [사진=서울시 공식 페이스북]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예산은 약 35조7416억원이다. 지난해보다 3조9702억원(15.5%) 증액했다. 5년 전에 비하면 약 11조원이 늘었다. 액수로 치면 시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다.

서울시가 확장재정운용을 결심한 데는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는 목표가 깔려있다. 시는 “예산 편성의 방점을 ‘시민 일상의 공공성 강화’에 두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사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증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채를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시가 올해 발행하는 지방채 규모는 2조4000억원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사유지 매입을 위한 약 8600억원, 월드컵대교와 서부간선지하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등 교통분야 사업 5000억여원, 생활밀착형 문화시설 확충 700억여원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2조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이번 발행 규모는 과거를 돌아봐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조6000억원가량 증가한 액수다. 지난 10년간을 돌아봐도 서울시가 1조원 넘는 지방채를 발행한 해는 2009년과 2010년이 전부다. 박원순 시장 재임 이후인 2012년부터는 2000억원 규모를 유지하다 2014년 다시 9765억원으로 폭증했다. 그럼에도 1조원이 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정 상태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직접 시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방채를 발행해도 행정안전부의 기준 이하에 그친다”며 “지방재정전문가들도 적정한 지방채 발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기 7년간 채무를 8조원 이상 감축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예산 심의 단계부터 꾸준히 제동을 걸어왔다. 지방채가 필요한 재원을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무분별한 발행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가 지난해 기준 3조70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키웠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서울환경운동연합, 빈곤사회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10개 시민단체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빚으로 일상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없다”며 시의 지방채 발행을 규탄하기도 했다.

서울시예산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박 시장의 설명은 지나치게 교과서적”이라며 “지방채 발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책시급성과 파급력 면에서 시민들이 동의할 만해야한다”고 문제제기했다.

특히 지방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발행 내용을 보면 도시공원 일몰제를 빼고는 지하간선도로, 공예박물관 등 상당수가 기존 일반 회계에서 했던 사업들을 지방채 발행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가정생활을 하는데 새로운 TV나 냉장고를 사면서 빚을 지는 것은 상관없는데, 카드로 긁어놨다가 할부를 갚지 못해 사채를 끌어다 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일자리, 복지 등 신규 사업에 예산을 대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재원 분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사업을 지방채로 ‘돌려막기’ 한다는 의구심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해야 되는 사업이지만 나머지는 다 문제가 있는 사업들”이라며 “서울시가 관성처럼 예산을 운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2018.10.18 leehs@newspim.com [사진=이형석 기자]

이미 과도한 지방채 발행이 재정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는 점도 경각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과거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경기장·훈련시설 건립과 진입도로 건설 등에 1조70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가 상환 부담으로 재정파탄 사태를 겪었다. 강원도 역시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단지 조성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지방채로 충당했다가 아직도 8000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채무 제로’를 추구하는 흐름과도 배치된다. 강원 동해시의 경우 2014년부터는 지방채 발행을 중단했고 지난해 12월 지방채 '0원'을 달성했다. 경기 파주시도 지방채 163억원을 조기 상환해 '부채 제로'를 이뤘다. 다른 지자체 역시 선거나 치적사업 등을 의식한 지방채 남발을 자제하는 추세다.

특히 차기 시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 위원은 “2조4000억원을 임기 내에 갚을 수 있는 것인지 박 시장이 추가로 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미 3선인 박 시장이 새로 올 다음 시장에게 부채를 전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박 시장도 전임 시장의 예산 문제에 대해 맹렬히 비판하면서 당선되지 않았나”라며 “이렇게 되면 다음 시장이 누가 되든지 간에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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