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사회

사다리 퇴출에 현장은 '난감'…"탁상행정" 불만도

기사등록 : 2019-01-13 07: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서울시·고용부 등 공사장 사다리 사용 전면 금지
추락 등 안전사고 빈발…적발 시 징역 7년 '철퇴'
"하루도 일 못한다" "탁상행정" 현장 곳곳서 불만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공사현장의 사다리를 퇴출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당장 새해부터 사다리를 못쓰게 되면서 생계형 업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옳은 조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불만도 만만찮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1월 1일부로 건설현장의 사다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7월 건설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어사대’를 조직하고 작업현장의 사다리 사용을 단속해 왔다.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다 떨어지면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사진=고용노동부]

13일 서울시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다리 사고로 3만8859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71%인 2만7739명은 중상해를 입었다. 사망자도 371명이나 된다. 서울시는 “사다리는 통로일 뿐 작업대가 아니다”며 “사다리는 지게차와 더불어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다”고 퇴출 이유를 설명했다.

사용이 금지된 사다리는 △고정식 △일자형 △A자형 △H자형 △접이식이다. 사실상 모든 사다리가 퇴출 대상이다. 앞으로는 이동식 틀비계나 발비계를 이용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2개의 사다리 최상단에 작업발판(크기·넓이 무관)을 설치한 것은 말비계로 간주한다. 다만 사다리 측면에서 작업하면 적발대상이다.

처벌수위도 센 편이다. 사다리를 쓰거나 작업자에게 제공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2인1조 작업 등 사다리 안전작업 내용을 홍보해왔는데, 이런 사다리가 적법한 것처럼 인식이 잘못돼 있다”며 “이런 점을 악용, A형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그간 사다리 안전작업 관련 내용을 모두 폐기하거나 삭제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은 1일부터 모든 사업장의 점검, 감독, 지도 시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이용하다 적발되면 행사법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현장에서 퇴출된 사다리(왼쪽)와 대체장비인 비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 노후시설안전팀 관계자도 “그간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개인업자들은 유예해줬지만 현재는 단속 대상”이라며 “다만 사다리를 제대로 고정할 경우엔 단속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들은 안전을 위한 조치이긴 하나, 정책과 현실이 동떨어져있다고 난감해한다. 개인업자 사이에선 “비계가 물론 안전하지만 설치가 번거롭고 비용문제가 발생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비계(scaffolding)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의 작업을 돕는 임시가설물로 작업자가 올라가는 발판이 넓어 사다리보다 안전하다. 다만 작업장을 옮길 때 조립과 해체를 해야 하고 사다리보다 가격이 비싸다.

전기배선공사 경력 20년이 넘은 김영기(41) 씨는 “이집 저집 다니며 전기배선 등을 작업하는 소규모 개인업자들은 사다리 없이 일 못한다”며 “비계는 크고 무거워 운반이 어렵고 조립과 분해 문제도 있다. 사다리 퇴출은 탁상행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사다리 매출 대부분이 크고 작은 공사현장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자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영등포에서 건설자재를 판매하는 B씨(59)는 “시중에 풀린 사다리 수가 얼만데 그걸 다 폐기하란 소리냐”며 “계도기간도 없이 사다리를 아예 쓰지 못하게 하니 파는 사람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도 관련된 불만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사다리 퇴출은 너무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김씨는 “사실상 개인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다리를 못쓰게 할 게 아니라 추가 안전장치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starzooboo@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