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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피복’ 고 이소선 여사, 국가 상대 파기환송심서 승소…정신적 피해 배상

기사등록 : 2019-01-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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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단 뒤집고 유족에 1000만원 지급 판결
‘민주화보상금 조항 위헌’ 헌재 판단 따라 기속력 배제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가 청계피복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법 구금된 데에 따른 국가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른 결과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고등법원 yooksa@newspim.com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김행순 부장판사)는 15일 이 여사의 소송을 이어받은 전태삼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1심 판단과 같이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소선 여사 등 7명은 전태일 열사가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이후 청계피복 노동조합을 결성해 시장 노동자를 상대로 노동자 권익보호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 5월 내려진 ‘노동조합 정화지침’에 따라 경찰에 구속영장 없이 체포돼 폭행 당했다. 청계피복노조가 강제 해산되자 이에 항의하며 농성을 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이 여사 등은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지자 같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가 이 여사 등의 노동기본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 여사 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국가가 이 여사에게 1000만원, 조합원 임모씨 등에게 500만~1500만원 지급하도록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2015년 3월 상고심에서 "이 씨 등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겠다는 재판상 화해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생활지원금을 받지 않은 4명에 대해서는 총 4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과 달리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판결 기속력 예외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하급 법원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해당 사건에 관해 상급법원 판단에 기속된다. 하지만 파기환송 이후 심리 과정에서 사실관계에 변경이 생기거나 법령의 변경이 있는 등 사유가 발생하면 판결 기속력은 배제된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민주화보상법 조항이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상응하는 배상·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민주화보상법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2문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헌재 결정은 헌재법에 따라 법원에 기속력을 가진다”며 “이 여사 등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진행을 맡은 이숙희 전태일재단 노동인권 교육위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판결에 그래도 만족한다”며 “이 사건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노동자들에게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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