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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해군 성폭행 무죄’ 규탄…“대법, 3심에서는 상식적 판단하라”

기사등록 : 2019-01-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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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소속 A대위, 상관 2명으로부터 성폭력피해…고등군사법원서 무죄
공동대응위 “대법, 군대의 특수상황 등 고려해 상식적인 판단해달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군인권센터를 포함한 9개 시민단체가 지난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가해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과 관련해 마지막 3심에서는 상식적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29일 대법원에 촉구했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응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적인 판단을 통해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피해자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응위원회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마지막 상고심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9 leehs@newspim.com

시민단체에 따르면 여성 해군 A대위(당시 중위)는 지난 2010년 9월경 상관 2명에게 강간 및 강제추행 등을 당했다.

A대위는 2017년 피해사실을 폭로했고, 1심 보통군사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 고등군사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7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유죄를 선고할 수 없고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아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어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간사는 “가해자 중 한 명인 박모 소령은 2심 무죄판결 직후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면서 “비록 가해자 요구대로 정정보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반론보도가 나오는 상황이고, 이를 의식해 언론에서 섣불리 의견을 싣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피해자의 입을 닫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정보도를 받아내기 위해 피해자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보도조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피해자의 검찰 진술조서, 피해자의 일기나 편지, 개인 신상정보, 심지어 피해자가 군 입대 전의 의무기록까지 제출했다”며 “고등군사법원은 이를 기각하기는커녕 그대로 허가해줘 가해자들의 무차별적 공격에 무기를 쥐어줬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A대위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인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최근 대법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지만, 고등군사법원은 강제추행 및 강간의 수단인 폭행, 협박을 가해자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했다”면서 “대법은 고등군사법원의 오류를 바로 잡는 판결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군형법 44조 항명죄와 47조 명령위반죄는 군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피해자는 장교 양성교육을 마치고 함정에 부임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전장에서 총에 죽을지라도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군인의 생명임을 뼈 속까지 새길 정도로 반복 숙달 교육 받은 피해자가 상관인 가해자에게 느꼈을 절대적 위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성폭행 피해자도 명예로운 군인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다시는 군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이것이 현재 1만명 여군이 대법에 기대하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앞으로 피해자 변호인단의 의견서 제출 시작으로 전문가 릴레이 의견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고 군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이나 군사법원의 문제 등을 언론 기고문 통해 일반에 문제를 알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공대위는 내달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등군사법원 2심 판결의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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