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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에서 무덤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국 경영 휘청, 현대 기아 앞날도 먹구름

기사등록 : 2019-03-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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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잔치는 끝났다' 대대적 엑소더스 징후
조만간 글로벌 차기업 최소 4곳 고강도 구조조정 소문
현대 기아 폭스바겐 포드 진출 이래 가장 혹독한 시기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심화되고 자동차 기업이 전례 없는 영업 부진을 겪는 가운데 “3개월 안에 중국 진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최소 4곳이 감원 혹은 생산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저마다 “사실이 아니다”며 자사 구조조정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는 “중국 자동차 호황은 끝났다”며 “차이나 엑소더스를 위한 단계적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돈 버는 시장' 중국 자동차가 20여 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바이두]

◆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3위, 현대자동차

‘최소 4곳’ 예비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건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올랐던 현대자동차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財新)은 지난 1월 말 베이징현대(北京現代, BHMC)가 베이징1공장 직원들에게 이직 혹은 근무지 전환을 권유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스핌 1월 25일자 단독보도>. 베이징 도심 순이(順義)구에 위치한 베이징1공장이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시 정부에게 공장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환경 문제와 함께 실적 악화도 공장 철수를 고려케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현대자동차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해 BHMC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0원이다. 2010년 이후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1조원 가까이 받았던 배당금이 0원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공장 가동률이 43.7% 수준에 그쳐, 오버캐파(Over Capacity, 과잉설비) 상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공장철수설과 관련 현대자동차 측은 “경쟁력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중”이라며 “베이징1공장은 철수가 아닌 가동중단”이라고 밝혔다.

감원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돼, 기아자동차

현대차 외에도 같은 계열기업인 기아차도 중국 현지 경영과 관련해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3월 10일 “기아자동차 중국 합작법인 둥펑웨다치야(東風悅達起亞, DYK)가 생산효율과 수익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옌청(鹽城)1공장의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곧이어 관계자가 징지관차바오(經濟觀察報)와의 인터뷰에서 “가동중단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관련 논란은 여전하다. DYK가 최근 심각한 실적 악화 및 생산 과열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것.

기아자동차 중국 합작법인 둥펑웨다치야(東風悅達起亞, DYK) [사진=바이두]

논란이 된 옌청1공장은 지난 2002년 기아차가 중국 둥펑자동차 및 위에다그룹과 합작하며 중국에 처음으로 세운 공장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14만대 수준이다.

DYK는 현재 중국에 총 3개의 공장을 운영 중으로, 모두 장쑤(江蘇)성 옌청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89만 대에 달한다. 그러나 DYK의 2018년 자동차 판매량은 37만 대에 불과, 공장 가동률이 40% 수준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감원은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시장마케팅 등 부서가 상하이(上海)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퇴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 최다 등장, 폭스바겐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도 중국 자동차 시장 둔화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폭스바겐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2017년) 대비 20% 감소했다. 올해 2월 판매량(홍콩 포함)은 23만44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내 주요 합작회사인 상하이자동차(上汽集團, SAIC)의 주가는 4% 넘게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자동차 업계에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회사 주식 비율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예전과 다른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 CEO가 관련 합작회사 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논란은 확산됐다. 폭스바겐은 현재 중국 내 SAIC-폭스바겐, FAW(중국제일자동차, 中國壹汽)-폭스바겐, JAC(장화이자동차, 江淮汽車)-폭스바겐 등 3개의 합작회사 독자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곧이어 SAIC는 성명을 통해 “폭스바겐과 주식 비율 조정과 관련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FAW와 JAC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폭스바겐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晚會)의 ‘단골’로 등장한 점도 지적했다. 3∙15완후이는 중국 내 영향력과 파생력이 막강해 방송 중 언급되는 업체는 기업 이미지와 마케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3년(기어 변속기 불량) 2015년(수리비 과다 청구) 2018년(설계 결함 의혹) 세 차례나 불량기업으로 찍혔다. 해외기업 중 최다로 등장한 것.

상하이자동차(上汽集團, SAIC)의 폭스바겐 주식 비율 조정설 관련 성명 [사진=바이두]

◆ 낮은 가동률로 OEM 진행 가능성까지 언급, 포드

미국계 자동차의 대표주자인 포드(Ford) 역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포드와 창안자동차의 중국 합작회사 창안포드(長安福特)의 1~2월 신차 판매량은 2만1535대에 불과, 전년 동기 대비 75%가 급감했다.

지난해 판매량 37% 감소(2017년 대비)를 기록한 창안포드의 공장 가동률은 74%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진행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해당 브랜드명은 알려진 바 없다.

이러한 경영악화 속에서 중국 내 몇 천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 중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창안포드 내부 관계자는 “공식 감원은 아직이지만, 계약직 직원에 대한 재연장은 거의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매니저급 직원의 최근 퇴사율은 25%에 달하는 반면 지난해 9월 이후 외부(공개) 신규고용은 1건도 없다.

이 밖에 르노, 재규어랜드로버(JLR), 볼보, 인피니티 등 글로벌 기업의 중국내 설비 가동률 역시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30% 미만에 머무는 기업도 있다. 이러다 보니 ‘3개월 내 4곳의 자동차 브랜드가 감원 혹은 생산 감축할 것’이라는 소문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실적 부진 배경에는 20여 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808만대로 전년비 2.8%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량은 2371만대로 4.1%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 휘발유 차량 판매는 이미 2017년에 정점을 찍고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따라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에 사활을 걸었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실적 악화 △과잉생산 등 문제를 떠안게 됐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부가가치세 인하가 발표됨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랜드로버 재규어 볼보 등 브랜드들이 “중국 본토 차량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4월 1일부터 제조업체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율이 현행 16%에서 13%로 낮춰진다”며 “이에 따라 승용차 가격이 약 2%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급차 아우디는 아직 차량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가격인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leem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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