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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진 친환경버스 법안...도입 앞둔 버스회사만 발 '동동'

기사등록 : 2019-04-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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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소버스 '취득세' 장벽... 일반 버스와 같은 2%
친환경 '천연가스버스'는 100% 감면 "형평성 안 맞아"
국회 발의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진전 없이 방치
정부안과 병합하려면 최소 8월 이후에나 논의 가능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버스운송 전문업체인 A사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친환경버스 도입을 앞두고서다. A업체는 올해 7월, 36대의 시내버스용 전기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대적인 도입 축하 행사도 예고된 상태다. 문제는 기대했던 ‘취득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씨는 “올해까지 100대를 도입할 예정인데 적게 잡아도 취득세만 8억원이 예상된다”며 “다른 친환경버스와 비교해 제도가 불합리하고 비용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친환경버스’ 도입을 권장하고 있지만 제도 변화 속도는 현실에 뒤처지며 친환경 차량 도입에 앞장섰던 운수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전기버스·수소(연료전지)버스 등은 앞서 널리 보급된 천연가스버스(CNG)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다. 연료비용도 낮아 장기적으로는 볼 때 경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혜택이 천연가스버스보다 낮아 여러 이점에도 운수업체들은 도입을 망설이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전기버스 [사진=독자제공]

◆ 전기·수소버스 '친환경'지수 높아도... '높은 취득세' 변수

경기도 수원에서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A업체는 최근 단계적으로 전기버스를 도입, 운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업체 관계자는 “대승적으로 보면 미세먼지 문제도 있고, 실익으로는 연료 절감이 많이 된다”며 “천연가스버스를 구입하는 것보다 1대당 회사 부담이 4~5000만원 정도 더 크지만 전기버스가 갖는 이점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도 전기버스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용승객 수는 고정이고 지출 부담이 커지니 저렴한 전기 연료비가 대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취득세’였다. 일반적으로 천연가스·전기·수소버스가 각각 2억·4억·8억원대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수소버스에 적용되는 2%(4%에서 50% 감면 적용) 취득세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매년 3000여대 가량의 버스가 신차로 교체되는 상황에서 친환경버스로 전환을 유도하는 유인책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천연가스버스를 구입하면 내년 말까지 취득세 100%가 감면된다. 이듬해인 2021년 12월 31일까지는 취득세의 75%가 면제된다. 경유차량보다 가스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차량을 확대 운영토록 시작한 조치다.

하지만 전기·수소버스는 천연가스버스보다 친환경적인데도 경유버스 등에 적용되는 일반 감면율인 50%를 적용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마저도 지난해 일몰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내후년까지 연장됐다. 같은 친환경버스 도입을 두고도 일부 에너지에 조세 혜택이 쏠리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2019.04.19 yooksa@newspim.com

◆ '전기·수소버스 취득세 감면 조항 신설' 개정안, 국회서 낮잠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전기·수소버스' 취득세 감면을 신설한 법안이 발의되자 업계는 다시 희망을 품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여객용 전기·수소버스에 대해서는 2020년 12월31일까지 취득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법안으로는 처음이다.

김 의원은 법안에서 “전기·수소버스 또한 정부가 개발 및 보급을 촉진하는 환경친화적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령에 따른 면제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아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안 취지를 밝혔다.

친환경버스가 생활환경 개선 및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수소버스 보급과 확산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개정안을 담당했던 김영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차량의 선택지가 넓어지면 좋겠다는 게 법안의 출발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운수업체들 입장에선 세제 혜택이 있는 쪽을 좀 더 쉽게 도입하고, 관련된 2,3차 산업 분야 공급업자들 또한 당연하게 잘 팔리는 쪽으로 개발하는 걸 보고 제도적 편향을 제거해야 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개정안을) 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개정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수소버스 확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방재정 여건과 관계 부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공을 행정안전부로 넘겼다. 올 하반기에 행안부가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정부안과 병합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수원=뉴스핌] 정은아 기자 = 수원지역 버스회사 전경. 모든 시내버스 사용연한은 9년이고 6개월씩 3번까지 연장하고 그 이후 폐차해야한다. 2019.1.29

◆ 행안부, '취득세 감면' 검토 후 8월께 입법예고... 업계 "속도감 있게"

김 의원 측은 "전기·수소버스 취득세 감면 논의에 불을 붙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법안이었다"고 자평했다. 보통 세금제도 관련 법안이 앞서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거나 당내 정책위 등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성숙하지만 의미 있는 문제 제기성 법안이었다는 평가다.

법안이 국회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이상 올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다만 속도감 있게 법안이 통과되리라 기대했던 운수업계에서는 1분 1초가 아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행안부에 따르면 조속한 친환경버스로의 전환은 한동안 요원할 전망이다.

행안부는 전기·수소버스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검토해 지방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올 8월께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에 발의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정부안과 병합심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법안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은 최소 행안부 입법예고가 된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취득세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기버스 등 친환경차량으로 바꾸는 데 시간이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며 "당장 우리부터 100대 이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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