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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주석' 회계규정 위반해도 거래소 "상폐 심사 안해"

기사등록 : 2019-05-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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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ESG 정보 공시 확대 추진... 기업 신용등급·재무건전성 밀접"
거래소 "주석 미기재, 산출 금액 산정 어려워 실질심사 대상 아냐"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달라진 회계제도(IFRS)와 신 외감법 도입으로 재무제표 숫자에 대한 '해석'인 주석의 중요성이 커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제표 수치는 간결하게 작성하되 의미를 담은 주석은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의 결격 여부를 심사하는 실질심사 판단 사유에서 "주석 미기재, 계정분류 오류 등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더라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50조는 주석 미기재나 계정분류 오류 등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더라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 당시 상장폐지 검토 없이 거래가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콜옵션이나 추가투자약정은 감사보고서 주석에 포함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당시 금융위에서 '고의 누락' 가능성을 제기했음에도 불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질심사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재무제표 주석 등 5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거래 실질을 강조하는 IFRS(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면서 재무제표 본문의 내용을 보완하는 주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투자판단에 도움을 주는 재무제표의 주 목적상 숫자로만 표현할 수 없거나, 숫자로 표기했을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주석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라는 의미다.

외부감사법 시행령(제2조)에서도 재무제표의 범위를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주석까지로 규정한다. 주석에는 계약상 옵션 조항이나 부대조건, 세부적 발행조건, 우발채무, 소송 등 중요한 투자관련사항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공시 품질 제고를 위해 노동·소비자와 관련된 비재무적(ESG) 정보 공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SG란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기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일례로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지분 60%를 가진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바꾸면서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 증선위의 감리를 받았다.

이같은 지배구조 관련 내용도 주석에 담겨 있는 사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재무건전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투자 정보 공개 확대 측면에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공시관계자는 "재무제표 주석은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라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근본적 목적에 비춰보면 주석 미기재는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 누락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라고 전해왔다.

현재 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도 주석을 포함 재무제표 전 항목에 대해 감사한다. 주석 역시 기업회계의 일부분으로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서다. 한 회계법인 감사인은 "주석이 틀렸다는 것은 숫자의 해석에 대한 부분이 틀렸다는 것인데 이걸 예외로 봐준다는 자체가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회계기준(IFRS)를 도입하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재무제표 주석을 상당히 중요하게 해석한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자체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나라들에서도 기업들 재무제표가 간결해지는 추세"라며 "반면 주석에는 재무제표에 들어가지 못하는 표·서술 정보나 백데이터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주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거래소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질심사에 따른 논란 가능성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오는 숫자와 달리 주석은 서술형이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주석까지 다뤄야 하는 게 맞지만 실질심사는 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며 "회사가 당장 망하는 것도 아닌데 함부로 상장을 폐지할 수 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어 있어 거래소로선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기업의 재무상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무제표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석의 경우 산출 금액이 존재하지 않아 중요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 규정은 주석 미기재에 대해 산출 금액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손익계산서 등 숫자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회계기준 변경 등 법적인 환경 변화를 반영해 추가적인 규정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cherishming1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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