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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버디&보기] 브리티시오픈의 ‘벙커 정리맨’을 아시나요?

기사등록 : 2019-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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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1 경쟁률 뚫고 52명 채용돼 각 조 따라다니며 캐디 대신 벙커 정리
캐디들 “선수가 벙커샷을 하고난 후 허겁지겁하지 않게 돼 만족” 반응
페어웨이 벙커는 홀과 평행하게, 그린사이드 벙커는 그린 중앙을 향해 모래 정리하면 ‘임무 끝’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벙커 정리맨을 아시나요?’

큰 골프 대회를 치르자면 많은 보조 인원이 필요하다. 스코어보드를 들고다니는 사람, 선수들의 홀별 스코어를 적고 본부에 보고하는 사람, 선수들이 샷을 하려할 때 ‘조용히’라고 적힌 팻말을 드는 사람 등등.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148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는 ‘벙커 정리맨’(bunker raker)까지 등장했다. 메이저대회에서 보기 드문 광경으로, 유러피언투어에서는 브리티시오픈 외에 메이저급 대회인 BMW 챔피언십 정도에서만 이들은 쓰고 있다.

올해 브리티시오픈 벙커 정리맨으로 일하고 있는 대니 티렐. 그가 들고 있는 고무래는 다목적용이어서 갈퀴 부분을 뒤집으면 그린의 물기를 짜내는데도 유용하다고 한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캡처]

벙커 정리맨은 각 조를 따라다니며 선수들이 벙커샷을 하고 나면 캐디 대신 벙커를 정리하는 일을 맡는다. 골프에서 벙커샷을 하고 난 뒤 벙커 정리는 플레이어나 그 캐디가 하는 것이 원칙이나,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벙커 정리맨을 두고 있다. 캐디가 벙커를 정리하다 보면 정작 그들의 주임무인 선수를 돕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 벙커를 정리하다가 우산이 날아가면 쫓아가서 가져와야 한다. 벙커를 정리하고 플레이어에게 가면 클럽 선택, 볼 닦기, 퍼트 라인 봐주기 등의 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서둘러야 한다.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전세계 코스관리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벙커 정리맨을 모집했는데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52명이 일하고 있다. 대회장인 로열 포트러시GC의 벙커수는 다른 유명 링크스코스의 벙커보다 적은 약 60개다. 이들은 대부분 코스관리 책임자들이기 때문에 한 번도 벙커 정리를 안해본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절반이 이 일을 처음 해본 신인이다.

그러나 벙커 정리맨의 역할을 하는데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 가지만 유념하면 된다고 한다.

첫째 페어웨이 벙커에서는 홀과 평행하게 벙커를 골라야 한다. 벙커를 정리한 후 남는 갈래선이 홀과 나란하도록 해놓아야 다음 선수들이 순결의 모래에서 샷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린사이드 벙커에서는 갈래선이 그린 중앙을 향해야 한다. 깃대 위치가 매일 달라지므로 일단 갈래선이 그린 중앙을 향하도록 해놓는 것이다.

셋째 벙커 한 가운데 갈래선은 원형을 유지한다. 뚜렷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샷을 한 뒤 남긴 디봇(뜯긴 잔디)을 원위치에 갖다놓는 것은 이들의 가욋일이다. 그때그때 다르나, 캐디가 위임할 경우에만 도와준다. 골프규칙과 관련해 일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외 캐디나 선수들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 한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외 TV에 잘 노출되는 갤러리 통제용 로프 근처에 머무르지 말라는 것도 있다.

한때 타이거 우즈의 캐디를 했고, 지금은 짐 퓨릭의 골프백을 메는 마이크 플러프는 “벙커 정리맨의 일은 훌륭하다. 캐디가 선수를 따라가려고 허겁지겁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고 옹호했다.

매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도 1983년 이후 한 때 벙커 정리맨을 뒀다. 그 해는 전문캐디가 로컬(하우스)캐디

를 대체한 원년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서툴렀다. 2003년 마스터스 때 제프 매거트는 3라운드까지 선두였다. 그러나 최종일 75타를 친 끝에 챔피언(마이크 위어)에게 5타 뒤진 5위를 기록했다. 그는 당시 “12번홀 벙커 정리가 잘못 돼서(a bad rake job) 우승 기회를 놓쳤다”고 대놓고 말했다.

마스터스에서는 지금은 벙커 정리맨이 없다. 다만, 선수들이 벙커샷을 하고 난 후 그린이나 프린지에 떨어진 모래를 치우는 사람은 있다. 그들은 낚시대나 안테나처럼 낭창낭창하고도 긴 막대를 들고 모래를 훔치곤 한다.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 벙커 정리맨으로 나섰다가 ‘횡재’를 한 사람도 있다. 한 젊은 친구는 첫날 타이거 우즈한테서 사인이 들어간 볼을 받게 되자 “가문의 영광”이라며 평생 보관을 약속했다고 한다.

한편 이들이 사용하는 고무래는 다목적용으로 설계됐다. 갈퀴는 모래 정리가 잘 되도록 끝이 둥근 형태로 돼있다. 또 갈퀴 부분을 뒤집으면 뭉툭하고 둥그렇게 된 다듬이 형태가 되는데 이는 그린이 젖거나 그린에 물이 괼 때 물기를 짜내는데 유용하다고 한다. 

2019브리티시오픈에서 선수가 벙커샷을 하고 이동한 후 벙커 정리맨이 홀과 평행한 방향으로 벙커를 고르고 있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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