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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로 살아남기]④ 사제 간 참소통 채널 '몽당분필' 박준호

기사등록 : 2019-09-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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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활용 학생에 '양질 콘텐츠' 제공 의미
교사 겸직 논란 등 초기 부정적 댓글에 존폐 고민도
"수입 생기면 교육분야 기부 계획"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30대 박준호 씨는 경기도 대호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에게 유튜브는 민원과 부정댓글로부터 시작됐다. '교육공무원이 무슨 유튜브냐'란 원성도 꽤 됐다. 초기엔 이런 부정적 시선 탓에 유튜버 활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교육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심을 굳혔고, 그렇게 2년 넘게 유튜브 채널 '몽당분필'을 운영해 왔다. 어느새 구독자 수도 7000명을 훌쩍 넘었다.

"막을 수 없다면 적극 만들자."

"몽당분필에서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교육 열정은 대단히 높다. 가르치는 학생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면, 교육 현장에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유튜브 채널 소개하는 교사 유튜버 박준호씨 [사진=뉴스핌]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자살 캠페인 모모챌린지나 자살송을 듣고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차단하고 막아야 하는 게 아닌지 혼란스러웠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들이 소비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얼마나 될까도 고민했단다. 결국 어른들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상 콘텐츠를 막을 수 없다면 아이들이 바르게 소비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필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했고,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겸직 유튜버로서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학생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 유형', '오랜만에 수학퀴즈', '책으로 놀아요', '선생님이 학생 때 듣던 노래 맞춰보았다', '있다없다 퀴즈' 등 학생들과 만드는 소소한 생활영상이나 교육영상 등으로 주로 이뤄져 있다.

"꼭 교육 목적이 아니어도 개인 취미생활을 보여주고 아이들과 일상을 소통하며 사제간에 돈독한 감정을 나누는 선생님들도 상당수 있다. (유튜브 등 영상) 복무 지침이 나와 다른 공무원들도 영상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협업해 만드는 '몽당분필'

그가 몽당분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받는 수입은 없다. 광고수익 창출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핀번호를 인증해 해외송금계좌로 출금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인출하지 않을 계획이란다. 만약 인출하게 되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교육 분야에 기부할 생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후 그의 삶도 행복해졌다. 평생 시각영상디자인, 영상 제작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유튜브를 하다 보니 점점 영상 제작에도 흥미가 생겼다.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사비로 장비를 사고 1주일에 3번씩 시각영상디자인 아카데미도 다녔다. 유명한 영상 제작 및 디자인 아카데미 4곳을 기초반과 심화반까지 다녔고, 수많은 영상 제작 튜토리얼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영상 덕후가 돼 가고 있다.

한둘이서 만들면 오래 걸린다. 본업이 교사이다 보니 학생들 교육에 힘쓰고 학교 업무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영상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사 연구모임. 몽당분필 모임 내에서 서너 개의 콘텐츠팀이 결성되면 팀별로 한두 달에 한 편씩만 제작해 업로드한다.

지금은 특별히 유튜브 작업을 하는 데 정해진 요일이 없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뒀다가 시간이 생기면 기획·제작에 들어간다.

전문 유튜버가 아니라 영상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무료로 공유하는 것이 연구모임의 존재 목적이자 의미다. 몽당분필은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나눔으로써 선순환할 수 있는 형태의 '건강한 학교 밖 전문 학습공동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는 그에게 없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작은 바람이다.

교사 유튜버 박준호씨 [사진=뉴스핌]

bom22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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