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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묘하게 빠져든다 '판소리 복서'

기사등록 :2019-10-09 09:01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복싱 챔피언 유망주였던 병구(엄태구)는 한순간의 실수로 복싱협회에서 영구 제명된다. 그를 거둔 건 박관장(김희원). 박관장의 배려로 병구는 체육관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병구는 복서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다. 박관장을 설득해 복싱을 다시 해보려는데 이번엔 몸이 문제다. 병구는 병원에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 판정을 받는다.

영화 '판소리 복서'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웃긴데 슬프고 엉뚱한데 뭉클하다. 영화 ‘판소리 복서’는 정혁기 감독이 자신의 단편영화 ‘뎀프시롤:참회록’(2014)을 장편으로 만든 작품이다. 단편의 소재인 판소리 복싱을 그대로 들고 와 이리저리 살을 붙였다. 

소재만큼이나 전개 구조도 신박하다. 새하얀 한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장구를 치고 복서는 그 가락에 맞춰 주먹을 휘두른다. 여기에 판소리 해설이 붙는다. 수궁가를 베이스로 한 곡으로 주인공 병수의 상황에 맞춰 가사를 바꿨다. “번개 같은 주먹 병구주먹, 천둥 같은 장단 민지장단, 천둥같이 울려 퍼지는 민지장구장단 아니거든, 번개 같은 병구 주먹이 어찌 다시 보리일까”이란 식이다. 글로만 보면 황당한데 흥겨운 가락과 영화에 얹어지니 독특한 재미가 있다. 캐릭터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고 묘하게 흥까지 난다.

26분의 러닝타임이 114분이 되면서 늘어난 건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주제도 확장됐다. 단편이 단순히 미안함이란 정서를 담았다면, 이번 ‘판소리 복서’는 꿈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 감독은 “판소리, 복싱을 비롯해 재개발, 필름 사진, 치매 등을 넣어서 전체적으로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작별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엄태구는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어수룩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병구의 과거와 현재, 여러 얼굴을 그려낸다. 민지 역의 혜리는 저다운 캐릭터를 만났다. 혜리가 혜리를 연기했다. 그래서 아쉬운 구석이 없다. 김희원은 엄태구와 혜리 등 후배들이 극을 끌어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준다. 든든한 버팀목이다. 오늘(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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