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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십 년간 닫혀있던 '스포츠 베팅' 문 열린다"

기사등록 : 2019-10-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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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는 최신판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 2018년 5월 스포츠 도박 금지 법안에 대한 판결을 뒤집으면서 뉴저지주는 미국 내 첫번째 스포츠 베팅 합법 지대가 되었다. 신규 소비자의 대거 유입과 시장 규모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한편,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수십 년만에 스포츠 도박의 규제 턱을 대폭 낮춘 가운데 뉴저지주에서는 스포츠 도박 사업이 지역 사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조 플라코가 엠파워 필드에서 캔자스 시티 칩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패스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19.10.17. Ron Chenoy-USA TODAY Sports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국인들은 스포츠 도박에 대한 불신이 높은 편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승부조작 등 스포츠 관련 스캔들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스포츠 도박을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미국은 지난 1992년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PASPA)을 제정했고 네바다와 델라웨어, 몬태나, 오리건 등 4개 주에서만 스포츠 도박이 허용됐다.

그런데 지난 2018년 5월 미국 대법원은 PASPA가 수정 헌법에 위반되고 각 주에 이와 관련된 권리를 넘긴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뉴저지주를 포함한 14개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 됐고 8개주는 절차를 밟고 있다. 

갑작스럽게 법원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데일리 판타지 스포츠 게임이 있다. 이것은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가상의 팀을 꾸려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게임이다. 다만, 선수의 실제 게임 내용과 결과를 대입시켜 승패를 결정짓고 점수를 부여한다. 판타지 스포츠는 PASPA에 어긋나지 않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내기가 가능해 스포츠 도박 허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양대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였던 팬듀엘과 드래프트킹스는 판타지 스포츠가 운이 아니라 기술로 하는 게임이라며 도박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데일리 판타지 스포츠 게임의 성공은 스포츠 도박 허용의 길문을 터줬다.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팬듀엘과 드래프트킹스는 뉴저지에서 스포츠 도박 어플과 웹사이트를 개시했다. 그간 호시탐탐 미국 시장을 노리던 유럽 스포츠 도박 기업들도 진입했다. 영국의 윌리엄 힐은 카지노를 운영하는 엘도라도와 계약을 맺었고, 법망이 열리는 대로 15개주에서 스포츠 도박 사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영국의 GVC는 카지노 기업인 MGM과, 캐나다의 스카이벳은 미디어 기업인 폭스스포츠와 계약을 각각 맺었다.

리서치회사인 갬블링 컴플라이언스는 2024년까지 스포츠 도박 시장 총 가치가 최대 81억달러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만일 약 1500억으로 추산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양지화될 경우, 시장은 훨씬 더 확대될 수 있다.

◆지역별 규제 상이·구단주들과의 이익 배분 등 풀어야 할 숙제 남아

지난 9월 미트 롬니(공화·유타)와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스포츠 도박의 규제를 완화하는 연방법안을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초당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체계의 정리가 필요하다. 각 주(州)마다 도박 규제가 상이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현재 갬블링닷컴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마크 블랜드포드는 현 체계가 스파게티 면이 꼬인 모양처럼 복잡하다며 '스파게티 입법'이라고 칭했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주에서는 모바일 베팅을 허용하지만 카지노의 구내에서만 가능하다. 뉴욕주에서는 오직 3개의 카지노 내에서만 가능하다. 카지노가 없는 테네시주에는 초기 수수료인 75만달러를 낸 뒤 온라인 도박에 참여 할 수 있다.

또한 베팅을 통해 딴 수익에 대한 세율도 각각이다. 아이오와주의 6.75%에서 펜실베니아주의 36%까지 다양하다. 빌 밀러 미국게임협회(AGA) 회장은 도박 수익에 대한 세금이 "의원들에게 국고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었다"라며 현재로서는 시장 번영을 막는 "공공의 적"이라고 말했다.

인디언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미국 연방정부는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의 인디언 자치구역 정부에 세입방편으로 장려하기 위해 인디언 자치정부에게 카지노 운영을 독점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갬블링 컴플라이언스의 제임스 킬스비는 인디언들이 카지노 운영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 로비를 할 경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인구가 많은 주들의 스포츠 베팅 허용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단주와 스포츠 도박 회사간 조율도 필요하다. 프로풋볼(NFL)과 프로농구(NBA), 프로야구(MLB) 등 리그 구단주들은 스포츠를 지적 재산으로 보고 베팅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수의 부상 여부와 같이 특수 부문에 대한 베팅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도박 회사들이 선수 및 경기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들에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어려움에도 유럽 기업들은 신생 시장인 만큼 전망이 밝다는 입장이다. GVC와 MGM의 합작법인 대표인 아담 그린블라트는 "우리는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사위가 키보드 뒤로 보이는 유럽 베팅업체인 '패디파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lovus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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