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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문화재 복원] ④턱없이 부족한 예산…"펀딩문화 확산돼야"

기사등록 : 2019-10-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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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박물관 우리 문화재 지원사업 예산 1~2억원 수준
환수→보존은 세계적 추세…해외도 펀딩으로 예산 구성

[편집자] 2019년 현재 해외로 불법반출된 문화재가 18만점이 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국내로 가져오고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쉽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해외에 있는 문화재가 세월이 흐르면서 손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밖에 있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해외문화재 복원사업이 중요한 이유지요. 해외에 흩어진 문화재를 우리 기술로 복원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문화재복원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들여다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우리 문화재를 관리하고 복원하는 사업은 중요하지만 국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는 일까지 더하려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은 해외 박물관의 '펀딩'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4년 준공 예정인 '문화유산 디지털 보존센터'의 역할 중 하나가 문화재 보존 전문가 양성이다. 그럼에도 박물관의 주 역할은 전시기획이다 보니 보존과학은 박물관 사업에서 크게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박물관이 보존과학을 등한시한 건 아니다. 1970년대 최순우 관장이 보존과학 분야에 2명을 배치했고, 문화재 보호에 대한 개념이 막 들어설 때 보존과학의 중요성과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과학 장비를 얻는 데까지는 무려 40년이 걸렸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 진행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혜선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부장은 "2009년 국정감사 당시 경기도박물관의 도자기 감정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과학적으로 진위판별을 할 수 없느냐고 해서 센터와 CT(컴퓨터단층촬영)장비들을 예산에 넣겠다고 했으나 2015년에야 처음 예산이 확보됐다. 장비 예산이 20억원이었는데 CT촬영기기만 18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고궁박물관이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데 예산이 더 많은 적도 있다. 일부 박물관, 기록관 예산이 백 몇억 원인 경우도있다. '문화유산 디지털 보존센터' 예산도 올해 처음 기획재정부에서 넣어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해외 문화재 보존 지원사업의 예산은 1~2억원 정도다. 이 예산에는 문화재 수리 비용과 운송비 등이 포함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추산한 외국 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는 18만 여점. 수리 지원을 원하는 해외 박물관들의 대기표가 밀린 상황에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진행 속도가 날 리 만무하다. 

박지선 용인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는 "해외 박물관의 경우 박물관 자체보다 펀딩으로 예산을 만든다"고 말했다. 자체 예산에 기업과 사회 펀딩으로 한 문화재 지킴 활동은 모두에게 성과가 돌아가는 일이라는 인식 덕분이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소장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박 교수가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석가여래설법도'를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CJ가 후원했다. 공개적으로 해외 문화재를 보존하는 사례였고 비용도 어마어마해 LACMA 측에서도 네 번에 나눠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 사연을 들은 CJ 이미경 회장이 직접 투자해 훼손된 우리 문화재 보존에 힘을 보탰다.

'석가여래설법도'는 박물관 미술관 수장고에 두루마리 상태로 말려있었다. 주차장에서 발견됐고 여섯 조각으로 갈라져 있었다. 2006년 LACMA에 부임한 한국인 큐레이터 김현정에 의해 발견됐다. 2009년 복원 사업을 수립하고 미술관 측에서는 박지선 교수를 지목, 2010~2011년 복원 처리를 진행했다.

박지선 교수는 "'석가여래설법도'(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세로 335.2㎝, 가로 406.4㎝에 달하는 불화로 미국에서 가장 크다. 이 불화의 완성도 높은 보존처리를 위해 CJ 이미경 회장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 복원이나 보존은 나라 예산, 기업 펀딩, 개인 기부로 가능하다. 문제는 기부 후 우리나라는 돈만 받고 끝이다.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CJ가 미국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불화를 보수하기 위한 투자를 했는데 아무런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석가여래설법도'라는 이름으로 LACMA에 소장된 불화는 박지선 교수(오른쪽)가 직접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tvN 스페셜 '여섯조각' 캡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르치과의 후원을 받아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보존·복원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르치과 네트워크는 의료기관으로서는 최초의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후원자다. 이를 통해 올해까지 5년간 총 5개국 7개 기관 7건의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재단과 미르치과 네트워크는 미국 사무엘 한 미술관의 '미인승무도', 필라델피아미술관과 스펜서미술관의 '분양행락도',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의 '단령' 2점, 일본민예관 '나전칠기 모란당초문 함',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의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의 보존처리와 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학연구소 소장 한국문화재 보관함 제작을 지원했다.

류경호 미르치과 네트워크 대표는 "보존처리가 시급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를 되살리는 데 미르치과 네트워크의 후원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며 "국외소재 한국문화재의 보존‧복원 사업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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