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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스위니토드' 린아 "토드씨와 애드리브 전혀 미리 맞추지 않아요"

기사등록 : 2019-12-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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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스위니토드'의 린아가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캐릭터를 입었다. 2년 간의 공백 후 '벤허'를 거쳐 새로운 작품을 만나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색깔의 연기를 시도 중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 역으로 출연 중인 린아와 최근 만나 작품 안팎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역으로 출연 중인 옥주현, 김지현보다 2주 늦게 합류한 탓에 최근 공연이 몰렸다는 그는 조금 피곤한 듯했다. 그럼에도 연기자로서 만나게 된 완전히 새로운 역할과 연기에 즐겁다며 연신 미소를 보였다. 

"'벤허' 공연할 때 연습이 조금 겹쳤어요. 좋은 기회가 왔고 놓치기 아깝고 욕심나는 작품이었죠. 약간 무리하면서도 연습을 병행했더니 이제 조금 무리가 오나? 싶은 시기예요. 하하. 컨디션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루는 원미솔 감독님이랑 문자를 주고받다가 '연말에 뭐해요?'라고 물으셔서 잘 모르겠다니까 조심스레 제안을 해주셨죠. 오디 컴퍼니랑은 전작도 몇 번 해봐서 저라는 배우, 린아에 대해 알고 계시고 인연이 깊은 회사였거든요. 저를 염두에 두셨다는 게 기뻤죠."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린아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T하우스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2 pangbin@newspim.com

러빗부인 역을 제안받고 기분은 좋았지만 린아 스스로도 '내가 러빗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역이었다. 러빗부인은 극중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이발사 벤자민 바커의 조력자. 그의 살인을 방조하거나 돕는데 그치지 않고 '시체가 아깝다'면서 인육파이를 만들어 팔기까지하는 엽기 캐릭터다.

"저도 사실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고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어요. '어쨌든 제안을 해주셨으니 그럼 나만 결정하면 되는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되겠구나. 욕심 내볼까. 도전해보자' 그렇게 하게 됐어요. 사실 초연을 보면서도 하게 될 거란 생각을 전혀 안했어요. 보기에도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고 캐릭터 자체가 확실한 색깔이 있어서 상상이 안됐죠. 너무 재밌고 러빗이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네요."

린아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자연스레 가진 공백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고 연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복귀작 '벤허' 때도 그랬다. 당시 다행히 함께 캐스팅된 김지우가 출산 후 달라진 몸과 회복되는 시기 등을 조언해준 게 큰 힘이 됐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러빗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땐, 아주 수다스럽고 특이한 그의 캐릭터성이 린아에게 방향을 잡아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린아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T하우스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2 pangbin@newspim.com

"막연해도 연습하면 뭐가 되겠지란 생각을 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고 덤빈 느낌이었죠. 첫 음악 연습때 굉장히 좌절했어요. 집에 와서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할 정도로 어려웠죠. 실마리가 안잡히고 길이 안보이는 느낌이고 괜히 한다 그랬나 막막했어요. 그래도 연습이 계속되고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다행히 공연을 올릴 수 있었죠. 러빗부인은 대사 하나만 봐도 확고한 캐릭터를 갖고 있고 기존에 전혀 없던 역이죠. 억척스럽지만 귀여운 면도 있고 푼수같고 굉장히 수다스러워요. 말 그대로 대사만 제대로 해도 러빗의 특징이 표현되죠. 처음엔 대본과 연출님 디렉팅에 충실하려 했고, 점차 러빗이 왜 이런 대사를 치는지, 이유나 동기를 더 찾아나가려고 해요."

린아의 상대역 토드는 조승우와 홍광호, 박은태 등 최고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그 셋에 관해 묻자 그는 "다 너무 다른 토드씨"라면서 웃었다. 조승우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박은태는 '벤허'에서부터 함께 온 동지애가 흐르는 사이다.

"승우 오빠는 일단 기둥처럼 제가 기대고 갈 수 있는 든든한 존재예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기를 하시고 매일 다른 토드를 보여주죠. 그럼 저도 거기 맞춰서 다르게 따라가요. 어느날 승우 오빠가 '오늘 뭔가 달라. 다른 토드야'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항상 긴장하게 하고 준비하게 하는 토드인데 그만큼 재밌기도 해요. 은태 오빠는 '벤허'도 그렇지만 예전에 '지킬 앤 하이드'도 같이 했어요. 함께 '스위니토드'로 오면서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죠. 서로 의지하는 사이예요. 그래서 또 재밌죠. 광호 오빠는 뭔가 확고한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그 퀄리티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전작도 같이 여러 번 했지만 이번에 더 그렇게 느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오빠는 이렇게 하겠지? 하는 믿음이 있고 관객들도 그런 면을 좋아해주세요."

린아는 토드와 러빗의 애드리브로 흘러가는 장면을 언급하며 '전혀 미리 맞추지 않는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줬다. 각자 성향이 토드 역 배우들과 호흡하다보니 매번 완전히 다른 재미 포인트를 가져갈 수 있다고. 린아가 표현하면서 가장 어려운 신은 바로 러빗부인이 토드의 살인을 처음으로 맞딱드리는 지점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뮤지컬배우 린아가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T하우스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2 pangbin@newspim.com

"토드의 살인을 처음 보고 러빗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살인이나 인육파이 같은 설정이 언제 나올까? 다들 기대감은 있을 거예요. 1막 마지막 넘버를 하는데 '시체가 너무 아깝다' 할 때 다들 '왔구나' 하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극 전반에 블랙코미디가 같이 계속 흐르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이상하게만 받아들이시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좀 있었죠. 더 진지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기서 저런 얘길 한다고?' 이런 느낌으로요. 애드리브는 전혀 안맞춰요. 광호 오빠랑은 정해진 틀을 조금 지켜가는 편이고 나머진 그날그날 나오는 대로 해요. 대본에도 그냥 애드립이라고 써있어요. 승우 오빠는 요즘 저보고 개그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웃음) 저는 일단 은태 오빠가 '미친X'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제가 놀라서 대답도 못하고 넘어간 게 기억에 남아요. 또 제가 수위 발언을 했는데 반대로 승우 오빠가 당황한 적도 있죠."

복귀 이후 올해 여름 '벤허'부터 '스위니토드'까지 쉼없이 달려온 그는 새해에는 일단 조금 쉬고 싶다고 했다.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 때문이기도 할 터였다. 그래도 결혼과 출산 이후 복귀의 기회가 감사했다는 그에게 무대는 늘 돌아오고 싶은 곳임은 분명했다.

"기회가 왔다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체감상 굉장히 오래 쉬었던 느낌이고 육아만 하는 데 굉장히 익숙해지기도 했죠. 그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복귀작을 정해놓고 나니까 오히려 의지가 솟고 육아도 더 에너지 넘치게 할 수 있었어요. 내년에는 일단 조금 쉬려고 해요. 아이가 한창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시기라 더 집중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 오면 자연스레 하게 되겠죠. 그게 프리랜서의 장점이잖아요. (웃음) 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몬테크리스토'는 너무 사랑했던 작품이었고 그걸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또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어요.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도요."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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