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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는 한국현대미술 뿌리…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 전

기사등록 : 2020-01-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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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추사 김정희가 뛰어난 서예가인 것은 모를 이는 없다. 그가 2000년대 현대미술가의 기법과 사고를 갖고 있었다는 해석은 가능할까. 김정희의 서예가 한국현대미술의 뿌리이자 전통과 현대를 이어준 가교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다. 예술의 전당(사장 유인택)이 18일부터 3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갖는 '추사 김정희의 청조문인 대화전'이다.

이전 전시는 김정희(1786~1856) 학예의 특질인 '괴(怪)의 미학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을 주제로 한다. 추사 김정희를 통한 정과 괴 미학의 근본적 차이를 종결짓고 현대미술의 문을 연 추사의 일대기를 전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에 김정희의 입춘대길 천하태평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전시는 추사의 일대기와 주제로 나눠 구성된다. ▲연행(옛 북경)과 학예일치(학문과 예술이 하나되다) ▲해동통유(유불선을 아우르는 말)와 선다일미(참선과 차를 마시는 것은 같다) ▲유희삼매(예술이 극진한 경지에 이르다)와 추사성의 현대성이다. 현판, 대련, 두루마리, 서첩, 병풍 등 추사의 일생에 걸친 대표작은 물론 추사의 글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세기 서화미술작가 작품 120여점을 볼 수 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보통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서양미술을 떠올린다. 동아시아의 현대미술은 서화다"며 "추사를 서예 장르에 가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의 글은 학문이고 예술이다"고 설명했다. 

김정희는 31세에 '북한산비'를 조사하고, 32세에 '무장사비' 고증과 '문무왕비'를 발굴했다. 39세에 창림사 출토 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고증, 44세에 평양 '고구려성벽석각'을 발견했다. 47세에 '진흥이비고' '해동비고' '경주문무왕비' '진주진감선사비' 등을 고증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고고학자로서 수많은 논문을 남긴 셈이다.

추사는 생존 당대에 '퇴촌(退村)'을 쓰면서 '괴의 미학'에 대해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이에 추사는 '괴하지 않으면 역시 서가 될수 없다'고 응수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큐레이터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이동욱 큐레이터는 "추사는 괴하지 않으면 서가 될 수 없다. 이는 추상표현주의와 똑같다. 그의 서는 '괴하다'는 등 무수한 비난이 있었지만 추사는 '난 나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 지점이 우리시대 미술"이라고 말했다.

이 큐레이터는 동아시아 미술과 서양미술은 차이가 있는 것이지 우위를 따질 수 없다고 했다. 동아시아의 현대 미술의 특징은 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 미술의 특징은 점과 선, 면이다. 동아시아는 필과 획이다. 칸딘스키는 점, 선, 면을 썼고 윤형근은 획과 면으로 추상을 구사했다. 획과 면을 합친게 윤형근이다. 그러니 훌륭한 현대미술가라고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에 김종영의 작품76-8과 김정희의 계산무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조각가 김종영, 한국의 현대미술가 윤형근도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동욱 큐레이터는 "김종영은 세잔의 원통과 원추, 피카소의 큐비즘을 추사의 글씨를 보며 비교했다. 추사의 글은 구축성과 건축성이 획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형근, 김종영과 같은 현대미술의 최첨단을 아는 작가들이 추사를 사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가 단절됐다고 하는데 이런 작가들이야 말로 추사를 통해 만들어낸 작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에 김정희의 전다삼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이번 전시는 앞서 중국에서 열린 '추사중국전'의 귀국전이다. '추사귀국전'은 '같고도 다른(사이불사)에 이은 두 번째 한중 국가예술 프로젝트다.

지난 중국 전시에서는 '추사중국전'에서 추사의 '계산무진'을 본 우웨이산 중국국가미술관장은 "글씨를 넘어서서 그림이다. 허실(虛實)의 미학을 극대화하면서 심미적으로나 조형적으로 현대적이고 추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칭 중국미술관 부관장은 "추사야 말로 요즘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학과 조형구조 그 자체를 이미 150여 년 전에 제시하고 있다"며 칭송했다.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30여만 명이 관람하는 등 중국 대중과 학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이날 유인택 사장도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전시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서예박물관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도 드러냈다. 유 사장은 "서예박물관은 소장품도, 지원 예산도 없다. 서예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한데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다. 서예박물관 맞은편 음악당만 해도 연간 100만명이 다녀간다. 음악당 광장 너머의 서예박물관은 쓸쓸해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의전당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책임하게 서예박물관 만들기만 하고 아무 관심을 안 갖는 국회나 정부도 뭔가 짚어야할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유 사장은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만이 갖고 있는 서예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추사 김정희는 교과서에 나오는 위대한 인물로만 알고 있다. 실물로 그의 작품을 볼 기회도 없을 거다. 많은 학생들이 이 전시를 보길 바라는 어른으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큐레이터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0.01.17 pangbin@newspim.com

전시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과천시추사박물관, 제주추사관, 영남대박물관, 김종영미술관, 수원광교박물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서문대박물관, 일암과, 청관재, 일증문화재단, 개인 등 30여 곳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마친 후 제주, 예산, 과천에서 1년 동안 순회 개최된다.

한편 오는 2월 13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추사국제학술포럼이 예술의전당 주관으로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는 이동국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가 모더레이터로 나선 가운데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실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중국 측에서는 예신, 푸치앙, 우구오바오가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이완우, 허홍범, 정병규가 추사학예의 세계성과 현대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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