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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8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수요집회, 갈림길에 섰다

기사등록 : 2020-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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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학생기자 신분이었던 지난 2016년 '수요집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여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해 대학생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고령이었던 할머니 중 한 명은 한파에 몸을 떨었다. 주최 측은 "할머니 건강이 염려된다"며 집회 장소 주변에 119 구급차를 대기시켰다. 할머니들은 단지 "많이 와줘서 고맙다"고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뒤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 규탄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25일 "30년 동안 이용당했다"며 흐느끼는 모습을 보고 4년 전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당시 가졌던 불편한 감정 때문이다. 학생들 앞에서 평생의 트라우마를 반복해 증언한 할머니들이 원한 것은 규탄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였을 것이다.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면서도 "수요집회가 증오만 키운다"고 평가했다.

일본 돈은 받지 말라며 할머니들을 종용하고 관련 내용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일본 측 돈은 받지 않겠다는 수요집회 목소리가 과연 할머니들의 진심을 대변했는지 의문이 든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진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2017년 12월 "위안부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7명 중 36명과 사망 피해자 199명의 유가족 68명이 재단을 통해 돈을 받았거나 받을 의사를 밝혔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언급된 재단은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전액 출연한 돈을 사용해 국내에 세워졌다.

맛있는 것 사달라고 했더니 "돈 없다"고 답했다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일화도 밝혀지면서 수요집회를 추진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곁에 피해 할머니들은 더 이상 없는 듯하다. 고령인 할머니들을 추운 겨울날 집회 현장에 내세우는 '투쟁' 방식은 이제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30년 동안 앉아서 얘기하는 게 '사죄하라, 배상하라'였다"며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내는 건 아니다"고 했다. 특히 "두 나라가 서로 왕래하고 친하게 지내 위안부 문제를 사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으로부터 평생의 상처를 입은 할머니들조차 일본과의 화합을 언급하는데, 수요집회는 28년 동안 변함없이 일본 규탄만을 외치고 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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