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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대가 바꾸는 산업지형⑤] 공급자→주도자…차로 질주하는 전자 기업들

기사등록 :2020-06-30 11:45

전기·자율차 시대, 전장부품 수요 급증...삼성·LG도 눈독
삼성, 전장부품 하만 인수...반도체·이미지센서로 대응
LG도 車조명 강자 ZKW 인수...LGD는 車 디스플레이서 1위

[편집자주] 완성차업체와 전자, 철강, 화학, 소재 등 산업계 모든 업종이 똘똘 뭉쳐 미래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을 두뇌에 얹은 전기차. 전통 제조산업의 영역을 허물고 업종간 협력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단적인 미래차 사례다. 각 업종 대표주자들의 사활을 건 미래차 질주. 차 한 대가 몰고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일상의 꿈을 현실로 바꿔 놓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부품 업체들의 위치가 공급자에서 주도자로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에 불과했던 자동차 부품의 입지가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중시하던 자동차가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차로 바뀌면서 전장(전자 장비)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서다. 동시에 각 전장 부품 업체들이 전문화된 분야에 특화하면서 그동안에는 엔진 등 소수 업체들의 지배력이 컸다면 이제는 기업간 합종연횡을 통해 협력관계로 위치가 바뀌고 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자율주행차 시대로 갈수록 전장부품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료=삼성KPMG] 2020.06.30 sjh@newspim.com

◆ 쑥쑥 크는 전장 부품시장...전자업계, 미래먹거리로 육성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40년에는 연간 337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은 전장 부품의 성장과 맞물린다. 전통적인 기계 부품이 아닌 전장 부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자동차 전장 부품은 1980년대 엔진제어 목적으로 도입된 반도체를 시작으로 현재는 자동차 제조원가의 40% 차지, 10년 뒤인 2030년이면 절반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자율주행차 및 전장부품 시장 규모. [자료=옴디아, 업계] 2020.06.30 sjh@newspim.com

탑재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2%였던 전장 부품 탑재율은 올해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에 올해 전장 부품 시장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 대비 27% 증가한 3033억 달러(약 363조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 1위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과 전자업계 1, 2위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과의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성차 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과의 협력을 위한 만남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서는 배터리를 넘어 전장 부품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 동력원인 배터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차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전장 부품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전장 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대열에 설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을, LG전자는 가전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대표적 '전자'기업이지만 전장 부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꾸준한 투자는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 초대형 M&A로 참전한 삼성...글로벌 시장서 성과

삼성전자는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를 꼽고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 제품은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으로  2018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전장 부품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핌] 심지혜 기자 =삼성전자 CES2020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5G를 기반으로 차량 내부와 주변을 연결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콕핏 2020'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20.01.08 sjh@newspim.com

디지털 콕핏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의 협력은 결실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하만의 디지털 콕핏 글로벌 점유율은 3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이듬해인 2018년에는 18.8%, 2019년 24.8%로 꾸준히 성장했다. 

생산실적 또한 크게 늘었다. 2018년에는 390만대였다면 2019년에는 646만대로 66%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합작으로 만든 5G 기반의 차량용 통신장비(TCU)를 2021년에 양산되는 BMW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납품하는 성과도 냈다. 이는 5G TCU가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첫 사례다.

삼성전자 측은 "하만은 전장 부품 시장에서 선도업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량판매 시장에서부터 고급특화시장에 걸쳐 차량에 지속적으로 폭넓고 다양한 브랜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용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하는 등 전장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계열사인 삼성전기도 자동차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적극 뛰어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모바일용이 대부분이지만 성장세를 타고 있는 전장용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 영역을 넓힌 것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장용 MLCC 시장 규모는 2017년 16억 달러에서 2022년 40억 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20%씩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탑재되는 개수도 모바일과 차이가 크다. 모바일에 탑재되는 MLCC가 1000~1300개 수준이라면 전장용은 1만~1만5000개 수준으로 단위가 달라진다. 또한 전장용 MLCC의 경우 충격, 온도 등에 강해야 해 높은 신뢰성이 요구돼 평균 단가도 모바일 대비 3배~10배 많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일본 기업들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무라타와 TDK 및 교세라가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는 2위(2018년 기준, 21%)지만 전장용에서는 2%로 후발주자다. 이에 부산과 중국 톈진을 주요 생산기지로 삼고 2022년에는 세계 2위로까지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 LG도 적극적으로 투자...디스플레이선 1위 질주

LG전자에 있어서도 전장은 기대감 높은 사업이다. 비록 당장의 실적은 저조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두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신모델 및 연구 개발에 6293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품질개선 및 신모델 개발을 위해 60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H&A)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G전자는 캐딜락(Cadillac)에 플라스틱 올레드 기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시스템을 업계 처음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 2020.02.06 sjh@newspim.com

LG전자의 꾸준한 노력에 생산실적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텔레매틱스, 오디오, 비디오, 헤드램프 등의 생산실적은 1158만개였다면 지난해에는 2538개로 2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ZKW는 아우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조명을 공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매년 전장부문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텔레매틱스 영역에서 꾸준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분야서는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기술과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2월에는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GM의 캐딜락에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공급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초고해상도 P-OLED 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38인치 크기에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화면 두 개를 포함해 화면 3개를 하나로 합친 형태다.

현재는 주로 계기판과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자율차 시대가 되면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조수석뿐 아니라 뒷좌석에서도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수 있다.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MLCC와 마찬가지로 신뢰성이 중요하다. 더운 여름날에는 창문을 닫고 있을 경우 내부 온도가 100도(°C)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반대로 추운 날에는 영하 이하의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햇빛이 강할 때에도 시야각이 확보돼야 한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 및 점유율. [자료=옴디아] 2020.06.30 sjh@newspim.com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82억 달러(약 10조원)에서 2023년에는 105억 달러(12조88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혹독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해 TV 시장과 달리 문턱이 높다. TV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로 앞서나가지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만큼은 LG디스플레이가 압도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시장에서 1위(매출 기준)에 오르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점유율 20.1%로 일본 기업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꿰찼다. 올해 들어서도 일본 재팬디스플레이, 중국 AUO, Tianma 등을 제치고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라며 "LG디스플레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10인치 이상 제품에 주력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sj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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