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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동상이몽]④ "복귀 생각 없다"…세금·노동환경·입지 '모두 부정적'

기사등록 : 2020-07-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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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부 대책에도 기업 대부분 냉담..."유턴 고려 안 해"
"법인세 높고 노동환경 나빠...공장입지 조건도 좋지 않아"

[편집자주]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기지 국내 유턴) 동상이몽'. 정부와 기업의 생각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GVC)이 재편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의 리쇼어링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해외 생산기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침체된 경기 활성화와 세수 증대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방향.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냉랭하기만 하다. 정책의 성패가 결국 기업의 결단과 행동에 달려 있는 문제라면, 기업이 왜 국내 유턴에 냉소적인 반응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선결과제다.

① 주요국, 파격 인센티브 '기업 유혹'…한국은 '썰렁'
② 강성노조에 기업들 '손사래'…노동시장 경직 '고질병'
③ 자고나면 늘어나는 규제…제조업 "못 살겠다"
④ "복귀 생각 없다"…세금·노동환경·입지 '모두 부정적'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세금, 노동환경, 입지 등이 대표적 걸림돌이죠".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국내 환경도 어려운 가운데 유턴을 결정할 만한 실질적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 기업 대부분 "복귀 생각 없어...해외 유지 또는 확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진행한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사업장을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7.1%가 '없다'고 답했다.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2%에 불과하다. 그나마 21.7%가 '국내 여건이 개선되면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악몽을 겪었음에도 '국내 유턴'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 사업장을 유지하거나 해외로의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을 통해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해외 진출 기업 비공개 실태조사'에서도 기업 중 93.6%가 현행 해외사업장을 유지하거나 해외지역의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중국 또는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 200개를 대상으로 생산기지 이전 의향을 물었지만 8%만이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옮기겠다'고 답했다. 76%는 '없다'고 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 법인세율 인하해야

기업들의 리쇼어링에 냉담한 원인에는 세금, 규제, 노동환경 관련 이슈가 컸다. 특히 세금 중에서는 법인세가 대표적 걸림돌로 거론된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세제 혜택 범위가 넓어졌지만 재계가 요구하는 법인세 인하 부분은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리쇼어링 기업에게 단기간 혜택이 주어지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법인세율이 낮아지지 않고서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율은 최대 25%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최소 5500억원 이상의 세제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 중 대기업이 받게 될 효과는 1%에 그친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른 법인세 절감 효과는 향후 5년간 7011억원(순액법 기준)이다.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걷힌 국세청 법인세수(약 72조원)의 0.97%에 수준이다. 

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해외 직접투자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에 복귀한 기업에게 법인세의 과감한 감면과 파격적 보조금 등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현대차 노조]

◆ 현재 노동환경으론 기업 유턴 결심하기 어려워

노동환경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부분도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지적 사항이다. 강기윤 의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복귀를 검토하지 않은 사유로 생산비용 상승(66.7%)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노동환경(58.3%)이 꼽혔다. 

노조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점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국내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욱이 해고자·실업자까지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에게까지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재계에선 우려가 크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입법예고안은 국내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예고안대로 법안이 발의·개정될 경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리쇼어링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정부의 유턴기업 확대 정책에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내용이 제외됐다는 점에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공장총량제는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한 면적을 정해 이 범위 안에서만 대규모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규제다. 

기업들이 수도권을 탐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인재 확보'다. 핵심 인재들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다. 또한 인구 집중도가 수도권이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도 경기도 기흥·화성·평택에 위치해 있다. 

제계에서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건비, 법인세,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막대한 자금과 수십 년의 청사진이 들어간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sj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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