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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즈니 '라야' 최영재 애니메이터 "동양인 정서 담은 접근이 도움됐죠"

기사등록 : 2021-02-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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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참여한 한국인 최영재 애니메이터가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속에서 의미있는 작업을 해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26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디즈니의 첫 번째 동남아시아 배경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구두 디자이너였던 그는 올해로 14년째 '디즈니'에서 액션, 이펙트 애니메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겨울왕국 1, 2'를 비롯해 '주토피아' '모아나' '주먹왕 랄프' '라푼젤 등에 그의 애니메이팅이 삽입됐다.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은 극중 캐릭터의 근육이나 표정의 움직임을 구현해내는 일이에요. 다양한 이펙트 효과도 담당하죠.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옷, 머리카락 등이 날리는 모양을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해요. 극장용 애니메이션 외에 전세계 디즈니랜드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로보트들의 움직임도 담당하고 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에서 14년째 재직 중인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02.26 jyyang@newspim.com

제일 먼저 이번 작품에서 최 애니메이터가 주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물었다. 그는 "주인공 라야와 나마리의 액션신들을 주로 애니메이션했다"면서 천천히 설명했다. 이번 작업이 더 고되고 특별했던 이유는 코로나19로 전원 재택근무 중인 상황에서 450명의 아티스트들이 원격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결과물을 내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라야와 나마리가 어렸을 때 템플 안에서 격투 장면, 마지막에 둘의 칼싸움 장면이 주로 떠오르네요. 거기서 시리즈로 애니메이션을 했고 중간 중간에도 여럿 들어갔어요. 무엇보다 '라야'는 그간의 작업과 달리 프로덕션 450명 아티스트들이 재택근무 시행에 들어간 이후, 뿔뿔이 흩어져 작업해야 했죠.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코로나를 예견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이전부터 옵션으로 바로 전환이 가능했어요. 불편했던 점도 오히려 장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최 애니메이터가 꼽은 재택의 단점은 회사의 컴퓨터를 직접 들고 나올 수 없어 생기는 버퍼링, 지연 현상이었다. 혼자 오롯이 몰두해서 쓰는 시간은 때때로 외롭기도 했지만, 의외로 캐릭터에 파고드는 덴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집에서 회사 개개인의 컴퓨터를 원격조종하면서 애니메이션을 했어요. 회사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았던 게 불편했죠. 개개인의 인터넷 환경은 다르고요. 그나마도 이만큼 준비돼있어 다행이었고, 450명의 인원이 집에서 야근까지 해가면서 어렵지만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작업을 했어요. 다만 회사에서는 작업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동료 애니메이터 자리로 불러서 보여주면서 의견을 묻기도 했는데, 그런 건 쉽지 않았고요. 장점은 혼자 집중해서 표현하다보니 캐릭터를 깊게 연구하고 파고드는 덴 오히려 도움이 됐죠."

최근 '모아나' '소울' 등에 이어 디즈니에서는 이번 '라야'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고대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용 '나가'를 모티브로 삼은 극중 드래곤 시수의 특징들, 아시아권의 문화나 제스처의 세심한 표현 등은 디즈니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에서 14년째 재직 중인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02.26 jyyang@newspim.com

"실제로 '나가'에서 연상을 받아서 시수 드래곤을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 부분에 협조해주신 동남아 출신 인류학 교수님도 계시죠. 동남아의 싱가폴, 미얀마, 베트남, 말레이, 인도네시아 이런 국가들에 제작진 전체, 신을 디자인하신 분들이 가셔서 그곳에서 영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팀의 협력을 받았어요. 스토리 외에도 영화에서 구성되는 모든 것들 건축 양식, 의상, 그들이 쓰는 무술 등 다양하게요. 무에파티 같은 동남아 무술, 똠양꿍 같은 음식 문화도요. 작품에 중요한 메시지인 음식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이 모두 합쳐져서 다섯개로 나뉜 부족들을 대변하기도 하죠."

최 애니메이터는 동남아시아 출신이 아닌 한국인이지만, 같은 동양인으로서 이번 작업에서 확실히 동료들보다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그는 "디즈니에서 많은 것들을 참고해서 감정적으로 진정성있게 표현하려 많이 노력했다"면서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음을 털어놨다.

"라야에서 주로 액션신들을 맡게 돼서, 재택근무 전에 액션하는 분들을 초청해서 신별로 보여주는 액션 연기를 실제로 부탁드렸어요. 격투와 싸움 장면을 촬영해서 레퍼런스로 쓸 수 있도록 했죠. 이번 작품이 판타지 어드벤처고, 액션이 많이 나오지만 제가 상대적으로 동양 정서에 익숙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도 많았거든요.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왼손을 쓰면 안되는 거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 세세한 정보들을 동양인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QNA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죠. 굉장히 인풋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액션을 표현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다면, 다른 애니메이터들은 그런 동양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죠."

'라야'는 여러 모로 디즈니에서도 익숙지 않은 작업인데다, 최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빠르고 다양해질수록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액션은 실루엣이나 다이나믹한 스피드에 집중했다"는 그는 최근 디즈니가 다양한 인종과 지역에 걸쳐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것과 관련해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액션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에요. 판타지 어드벤처인데 주제가 마침 신뢰와 공생이어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고 연상되는 지점도 있죠. 관객들에게 처한 상황과 다가오는 일들에 관한 질문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모아나'도 그렇고 '겨울왕국' 같은, 다양한 지역과 소수민족을 다루는 게 이제까지 백인중심사고에서 조금 벗어나서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다루려는 느낌이 들어요. 보편적인 것을 많이 표현하려는 움직임 같죠.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처음에 받은 레이어와 다르게 표현한 게 받아들여진 적도 있어요. 시수가 라야를 땅에 내려주면서 내동댕이치는 신이었는데,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목소리나 이야기 흐름으로 봐선 부드럽게 랜딩해주는 게 어울릴 것 같았어요. 다행히 제작진이 받아들여줬죠.(웃음)"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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