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2-04-17 09:44
[뉴스핌=배군득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상속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지난 2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삼성전자 주식 반환청구 소송을 낸지 약 두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소송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다 사건이 원만히 해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맹희씨 이후 이숙희씨 등 다른 삼성일가에서도 소송을 제기하거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그는 “소송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지금은 한푼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속은 이미 예전에 법적으로 해결된 만큼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이 회장이 귀국하는 날 삼성그룹은 소송과 관련한 변호인단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지난 6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장손녀 결혼식에도 CJ측 주요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회장이 결심을 단단히 굳힌 계기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결혼식에 CJ는 이재현 회장 등 이맹희 자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에서는 이 회장을 제외하고 3남매와 홍라희 여사까지 총 출동해 돈돈한 우위를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 계열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송에 대한 소모전을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견해도 높다.
특히 이 회장이 직접 “CJ가 욕심을 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대목은 시사한 바가 크다. 단순히 이맹희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 현 CJ 총수와 그룹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향후 삼성과 CJ간 관계는 당분간 냉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암시인 셈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 같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상속을 둘러싼 다른 삼성일가의 소송 확대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 발언한 내용만 놓고 본다면 삼성과 CJ간 타협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발언은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삼성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도 마련했다”며 “소송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고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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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