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2-10-10 08:48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위태로운 통합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며 한 전 고문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미래 가치로서, 구동교동계의 한 축이었던 한 전 고문은 국민통합을 위한 과거 가치로서 모두 안고 가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 이견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이 필요하고 급속한 개혁추진이나 경제민주화 추진 자체에 대한 재벌들의 반발 무마를 막기 위해선 이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박근혜 후보가 당내 분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슬아슬한 통합행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묶어두기’ 전략이다. 한국 사회의 우익보수와 대구·경북, 50대 이상 연령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박 후보로서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나 비지지층이 경쟁후보로 가지 않게끔 단속할 수 있으면 당선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박 후보가 이외수 씨를 만나게 된 배경과 이유는
박 후보가 이외수 씨를 방문하게 된 배경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후일담이 있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25일 박 후보의 강원도 방문 때 소설가 이외수 씨를 만나보라고 제안했었다는 사실을 귀띔했다. 박 후보는 이날 강원도 양구군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방문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천군에 있는 이외수 문학관을 찾아 이외수 씨 부부와 1시간 30분가량 환담했다.
이 측근은 박 후보에게 이 씨와의 만남을 건의하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구체적인 ‘얘깃거리’도 있다고 제안했다. 바로 이 씨가 지난 4·11총선 때 한기호 새누리당 후보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 지지한 것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가면 좋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측근은 ‘정치적 쇼’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나온 조언이라고 표현했다.
이 측근의 제안을 수락한 박 후보는 이날 이외수 씨를 만나 “국민행복을 모색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씨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시는 일을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씨는 그러나 “특정정당의 정치인에게 조언하는 건 제 입장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 어떤 정당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도와드릴 것”이라며 박 후보의 동참 제안은 완곡히 거절했다.
중요한 것은 이 만남이 가진 의미다. 박 후보는 15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트위터대통령’ 이외수 씨의 정치적 행보를 만남 한번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이 씨가 “어떤 정당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한 것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공개적으로는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적 성향의 문인인 이 씨가 박 후보를 공개 지지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나 박 후보는 이 만남을 통해 이 씨가 대선국면에서 행사할 수도 가진 정치적 파워를 제약하는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 씨는 실제로 지난 1일 트위터에 “알바들에게 분명히 경고하겠다”며 “비열한 언사를 쓰면서 나를 공격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니들이 추종하는 후보가 니들의 그 싸가지 없는 언사들 때문에 어느 날 내 트윗 한방으로 수십만 표를 잃게 된다는 걸 명심해라”라는 경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여러 가지 버전이 준비되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이 씨의 메시지를 ‘경고’가 아닌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한 트위터리안(hws***)은 “트윗도 이외수 눈치 봐가며 조심해서 글 올려야 될 듯”이라고 비판했다.
이 씨를 따르는 팔로워들이 2030을 주축으로 한 젊은 세대이며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씨의 발언이 단순한 경고로만 수용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 박근혜의 쇄신과 통합 핵심은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
박 후보가 새누리당의 대선전략을 총괄할 투톱으로 김종인-안대희를 영입하고 쇄신을 내세우면서, 한광옥-이한구로 대표되는 구정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 후보의 생각은 9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국민이 볼 때 쇄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서도 “쇄신과 통합이 상반되는 것 같지만 우리 정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같이 가야 할 과제”라며 “쇄신은 미래 가치에 대통합은 과거 치유에 보다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에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우리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발언을 정치공학적으로 분석하면 쇄신과 통합에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게 내포돼 있다.
40% 안팎의 고정적 지지층을 가진 박 후보에게 당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10%의 부동층, 즉 ‘산토끼’를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박 후보가 총선 과정에서 비리의혹과 관련된 홍사덕·송영선·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김형태·문대성 의원 등을 즉각 제명하거나 탈당시킨 이유는 이들이 박 후보의 득표전략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박 후보가 현재 불거지고 있는 경제민주화나 인적쇄신 논란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김종인이나 이한구, 안대희, 한광옥 등을 잃게 될 경우 이는 바로 득표력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 대선후보로서 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쇄신’과 ‘통합’이란 상징성을 대표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는 이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그 행보가 아슬아슬하고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 대선을 관전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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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