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5-06-04 20:54
[뉴스핌=김양섭 김선엽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Elliott Associates, L.P)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공격하고 들어왔다. 삼성물산을 지나치게 싼 값에 흡수합병하려한다고 문제제기한 것.
증권가 안팎에선 끈질긴 '벌처펀드'로 악명이 높은 엘리엇의 그간 행적에 비춰보면 단순한 주가 차익을 노리는 것보다 '합병비율 재산정'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태클을 건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규정대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엘리엇과의 대결을 위해선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규정대로 합병비율 산정" VS "물산 주가 일부러 낮췄다(?)"
지난달 28일 합병 결정 당시부터 삼성물산이 저평가받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블룸버그 등 외신이 이를 적극적으로 대변했다.합병비율 결정을 위한 합병가액 산출은, 각 사의 최근 1개월간의 평균 종가를 거래량 기준으로 가중산술평균한 것(A)과 최근 1주일간 평균 종가를 거래량 기준으로 가중산술평균한 것(B) 그리고 기산일 종가(합병이사회 전일인 5월 25일) 이 3개를 산술평균((A+B+C)/3)해 도출한다.
이렇게 해서 도출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각각 15만9294원, 5만5767원이며 합병비율은 1대 0.35가 된다.
상장사간 합병비율은 공개된 주가를 비교하기 때문에 할증 또는 할인이 없으면 보통 큰 논란이 되지 않는다. 삼성측은 당시 합병공시에서 "기준가액 산정 후 할인 또는 할증 없이 그대로 적용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결국 합병시기에 대한 문제다.
합병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삼성물산 주가가 낮을 때 삼성이 합병을 결정해 불합리한 비율이 나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모든 것을 끼워맞추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합병 발표 전후 증권가 일각에선 "합병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춰놓은 것이다"라는 식의 루머가 돌기도 했다. 제일모직이 고평가되고,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시기를 잡아 삼성측이 합병결정 시기를 잡았다는 식의 얘기다.
◆ "합병비율 재산정 or 추가 시세차익"
한편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5927주)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같은 내용을 공시한 직후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대체로 "합병비율 재산정을 목표로 공격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업계 매니저 A씨는 "헤지펀드는 먹을 게 있으면 물불 안가리는 게 기본 성격"이라면서 "합병에 딴지를 걸어 비율 재산정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든지, 분위기로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노리든지 어느쪽이든 엘리엇측에선 성공하는 전략인 셈"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합병비율 재산정 가능성에 대해 삼성그룹주펀드 한 매니저는 "합병 이후에 소액주주 가치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헤지펀드와 삼성측이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온건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고 나가겠다는 목적은 아닐 것 같다"고 추정했다.
다른 펀드매니저도 "이제는 기존 합병안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가능성이 절반정도로 내려섰다"며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단순히 합병안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합병비율을 다시 매겨달라는 입장인만큼 (삼성그룹차원에서)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김선엽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