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10-04 09:34
[부산=뉴스핌] 장주연 기자 = 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남자는 말을 팔기 위해 이웃들과 함께 읍내 장터로 나간다. 하지만 장터에서 돌아오던 길 남자는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의 옆에는 남자가 아이들에게 주려고 데려온 새끼 고양이만 남았다.
남자의 아내는 장례식을 치르고 아이들과 친정에 돌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때 8년 전 소식 없이 떠났던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여자의 아들과 닮은 그 남자는 가족의 이사를 돕고, 그 과정에서 말도둑들과 맞닥뜨린다.
이야기는 구소련의 붕괴와 중앙아시아 국가의 재건이란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전개된다. 리사 감독은 “소년이 아버지를 잃은 과정과 하루아침에 국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겹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화에서는 절대 알아챌 수 없지만(여느 영화제 출품작처럼 이 영화 역시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후반부 등장하는 남자에게도 ‘누명으로 시베리아 감옥에 투옥됐다가 소련이 붕괴면서 돌아왔다’는 전사가 있다.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사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대단히 흥미로운 서사 구조를 취하거나 엄청난 스펙타클의 결투신을 품은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밋밋한 맛이 크다. 이 아쉬움을 상쇄하는 게 자연이다. 중앙아시아의 푸른 하늘과 드넓은 초원을 롱숏으로 담아 와이드스크린 위로 펼쳤다. 이 영화의 촬영은 2013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아지즈 잠바키예프 촬영감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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