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8-12 17:57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검찰 수장으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을 낙점한 가운데, 정부와 검찰 간의 소통 측면에서 심 후보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검찰을 향한 거친 공세가 이어져온 만큼, 이원석 검찰총장과 달리 심 후보자가 정치적 메시지를 자중할지도 주목된다.
12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심 후보자가 대통령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란 점에서 검찰 조직의 안정을 점치고 있다.◆ 심우정 '尹 복심' 평가…내부적으론 용산 소통, 외부적으론 탕평 외쳐야
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과 근무연이 있고, 이번 정부에서 중용받는 등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와 검찰 간의 원활한 소통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배제했다. 이후 검찰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은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박성재 장관과의 관계가 좋아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해 논란을 만드느니 정부, 법무부 장관과 비공식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면 될 일"이라며 "일선 청들도 총장이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알아서 보고하고 지휘 받을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심 후보자가 외부적으론 '탕평'을 강조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른바 '엘리트 검사' 코스를 밟아온 심 후보자가 특정 '귀족 검사 카르텔'을 형성하게 된다면 검찰 조직 안정은 커녕,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자칫 검찰총장을 넘어 윤 대통령과의 과한 소통으로 인해 국민적 반감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법조인은 "심 후보자가 밖으로 탕평을 이야기하면서 급격한 인사 조치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검찰 조직의 안정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내부적으로 빠르게 단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 후보자가 수사지휘권 복원 요청을 하더라도 박 장관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장관이 이원석 총장의 수사지휘권 요청을 거부한 이유가 '해당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서'였는데 심 후보자가 취임했다고 해서 지휘권을 복원해 줄 명분은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장관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해당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지휘권 박탈이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野 검사탄핵·검찰청 폐지 압박…총장, 정치적 언행 선 그어야
거대 의석수를 가진 범야권 공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심 후보자가 마주한 난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0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각각 다른 기관에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또 오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를 시작으로 박상용·엄희준·강백신 검사 등 탄핵 소추 대상 검사들에 대한 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심 후보자가 '정치적 메시지'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에 대한 야권의 지적과 비난에 이 총장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의 일부 발언이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정치적 문제는 총장이 대응할 게 아니라 장관이 대응해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검찰 존재 이유를 수사 통해 밝혀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심 후보자가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의해 검경 수사권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피의자와 피해자 양쪽이 모두 법률적 지위의 불안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차기 총장의 중요 책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이 최근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을 많이 해왔던 것에 대한 지적이 많지 않은가. 심 후보자가 취임하면 그런 지점을 고려해서 오히려 야권이 압박하는 것에 대응하지 않고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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