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율이 모두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의결권을 가져올 수 있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모두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영풍은 28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결과 발표 이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상세히 말할 것"이라며 주총 소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총 9.85%(베인캐피탈 1.41%)의 청약 지분을 확보했다. 이중 자사주는 기존 고려아연 방침대로 소각될 예정이기에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1.41%뿐이다.◆양측 모두 과반 확보 못해…임시 주총 열릴까
이를 통해 확보한 최윤범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의 지분율은 35.4%로 MBK-영풍(38.47%)과 불과 3%포인트(p) 차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연내 활용이 가능한 1.4%를 우호 세력과 맞교환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6.8%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공개매수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은 최 회장 측은 40~41%, MBK-영풍은 42~43%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이기 때문에 이대로 주주총회가 열린다면 고려아연에 유리한 상황이다. MBK-영풍 연합은 임시 주총을 개최해야 영풍 측 인사를 이사회 이사로 신규 선임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회 이사 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임시주총에서 최대한 많은 이사회 이사를 선임할수록 주요 안건의 의결권 확보에 유리해진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 임시 주총을 요구하면 최 회장 측은 주총 소집을 막아설 예정이다. MBK-영풍 연합 측도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에 주총은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지난 5월 고려아연이 핵심 계열사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허가 신청을 낸 상황과 닮았다. 지난 번에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면서 고려아연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는 공수가 바뀐 셈인데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최 회장이 임시 주총 저지에 성공하면 내년 3월 정기 주총으로 결전이 미뤄진다.
◆장내 매수, 백기사 확보 나선 양측…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주목
이전까지는 양측 모두 장내 매수, 백기사 확보 등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두 차례 공개매수로 잔여 유통주식 물량이 줄어든 상태며 고려아연의 주가가 연일 13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은 상태라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결국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의 92.5%를 찬성하며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해 왔다. 다만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 개입하게 되면 과도한 개입에 대한 비판도 강해질 수 있어 섣불리 입장을 정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해지는 절차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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