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2-04 07:45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비핵화 외교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라는 혁명적인 안보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북핵 위협이 '현존하는 급박한 위험'임을 고려할 때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이 글에서 전 전 원장은 "이런 반응은 우리 사회의 관계, 학계, 언론계가 북한 비핵화 입장에 매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북한도 한국처럼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뉴스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전 원장은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변한 지 오래됐고, 이런 입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제법적으로 핵보유를 인정하는 조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제9조 3항의 '본 조약상 핵보유국이라 함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기타의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한 국가를 말한다'는 대목인데, 1967년 이후에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 파키스탄, 북한 모두 국제법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게 전 전 원장의 설명이다.
전 전 원장은 "다만 국제사회는 이들이 핵을 보유한 실체적 현실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핵보유국, 핵무장국(nuclear armed state) 또는 핵국가라는 용어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사용한다"며 "북한이 상당한 기간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북핵의 폐기가 아니라 관리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대응책과 관련해 전 전 원장은 "노태우 정부 이후 북한 비핵화에 매몰되어 있던 외교 및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북한 비핵화가 허무맹랑하다고 한 이유는 핵을 보유한 국가를 외부의 당근이나 채찍으로 핵을 포기시킬 수 없다는 것이 핵 시대의 역사적 진실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전 전 원장은 "흑백정권 교체기에 핵을 폐기한 남아공, 소련 해체기에 국가독립을 위해 핵능력을 러시아에 양도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모두 자발적인 핵포기 국가였다"며 "북한도 내부적으로 핵포기를 결심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만 비핵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이 비핵화 외교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노선을 선택할 수 있느냐의 가늠자는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이 서명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북한의 위반으로 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이 상실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장애물을 치워야만 북핵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 전 원장은 "독자적 핵무장, 잠재적 핵능력 확보, 전술핵 재배치 등 세 가지가 주로 거론되지만 북핵 위협이 '현존하는 급박한 위험'임을 고려하면 독자적 핵무장이나 잠재적 핵능력 확보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독자적 핵무장은 핵무기 개발의 인프라가 없는 현실, NPT 규범에 정면 배치된다는 국제적 부담, 미국의 반대라는 동맹 리스크, 핵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적, 기술적 제약 등 많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전 전 원장은 "잠재적 핵능력 확보는 독자적 핵무장보다 못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당장 북한이 바로 앞에서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데, 핵물질 만들 능력을 확보하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 전 원장은 "한국이 처한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의 대안은 전술핵 재배치"라며 "이는 현재 한·미가 추진 중인 확장억제 강화의 일환이자 루비오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밝힌 '다른 국가들이 핵개발에 나서도록 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예방할 방법'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 공학석사에 이어 워털루대 대학원 공학박사 출신인 전성훈 전 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과 통일연구원장 등을 지낸 핵 전문가로 꼽힌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