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3-17 11:07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케이뱅크(은행장 최우형)가 서둘러 IPO(기업공개) '삼수'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케이뱅스 사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재계약 여부가 기업가치에 주요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親) 가상자산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시중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에 눈독을 들이면서 이번 재계약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이사회는 지난 12일 IPO 추진을 결의했다. 2022년, 2024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올린데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결단으로도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가파른 고객 증가세에 힘입어 연간순이익 128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2023년 당기순이익(128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이익 규모로 지난 2022년 연간 실적(836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케이뱅크는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 의존도가 지난해 평균 96%(비이자수익 대비 비율)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무렵부터 본격화한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에 여신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금융감독에 공시된 지난해 케이뱅크의 원화대출금 규모 및 직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14조7600억원(6.6%) ▲2분기 15조6700억원(6.1%) ▲3분기 16조1900억원(3.3%)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한 총 여신 잔액은 16조2700억원인데, 이는 직전 분기 대비 0.5% 늘어난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최대 실적 기반에 고객 수 증가라고 공언했는데 사업 초기 신규고객 유입도 업비트의 공이 컸다. 케이뱅크 가입자 수를 보면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이후 고객 수는 이전 219만명에서 1년 새 660만명으로 3배 급증했다. 현 고객 수 1274만명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이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이듬해인 2021년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첫 연간 누적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복병이기도 하다. 한참 기업가치 제고에 심혈을 기울일 시점인 올해 10월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5월 업비트와 관계를 맺은 뒤 1~2년 주기로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동안 통상적으로 재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에 가상자산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빗썸의 제휴은행이 된데 이어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업비트와의 접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뱅크는 핵심 사업인 가상자산 예치와 더불어 최대 실적을 이끈 다양한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IPO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케이뱅크는 745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추정 시가총액은 2조8177억원이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