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2-01-31 11:13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119조2항)"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헌법119조에 담긴 경제민주화 가치를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뉴스핌=최영수 기자] 최근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소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까지 침해를 받으면서 대기업의 기업가 정신이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물론 대통령과 정치권까지 나서 '헌법 119조(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정신을 실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주 최 부자는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는 가훈을 지켜서 존경받지 않았냐"면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 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생업과 관련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나라당까지 나서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기로 하는 등 야야 모두가 '헌법 119조'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사회 양극화 심화…경제민주화 절실
대표적으로 제빵업계를 보면, 지난 2003년 1만 8000개에 이르렀던 소상공인 빵집이 지난해 말 400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확대가 주요 원인이지만, 최근 재벌가 딸들의 '베이커리 전쟁'이 화제가 되면서 비판의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떡볶이, 순대와 같은 먹거리 시장까지 대기업이 속속 진출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빵집도 모자라 떡볶이, 순대 등 길거리 음식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터전까지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말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인 55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는 1629개로, 현 정부 들어 3년간 492개 급증한 상황이다. 자산총액도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출총제' 카드를 들고 나오자 반기업정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재벌 스스로 대중소기업 상생을 실천하기 위한 솔선수범이라기 보다는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재벌' 목소리가 높아지자 마지못해 취한 조치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 동반성장 정책 '아직 미흡'
현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동반성장위 출범 1년 동안 3차에 걸쳐 82개 품목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했으며,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경제구조를 바꾸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동반성장위원회 자체가 대-중소기업간 민간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대기업의 '양보'없이는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추진 예정인 이었던 서비스분야 중기적합업종 선정을 놓고 대-중소기업간 치열한 논쟁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대기업의 잡식성사업을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경제계의 인식이다.
정치권의 대기업 비판에 대해 중소상인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선거용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일회성으로 대기업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공생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법제화함으로써 근본적인 경제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실련 관계자는 "동반위의 적합업종 지정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중소서민업종을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고 동반성장의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대기업 스스로 잡식성사업을 지양하고 중소상인들과 공생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올해 재계의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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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