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3-10-04 17:29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마도 창사 이래 최대의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는 듯 보인다.
1990년 시가총액이 IBM과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서는 거대 기업이 되어 정부의 반독점 규제 칼날을 맞을 때에도 잘 버텼던 MS였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더 이상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도, 기존의 위상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노키아 휴대폰 부문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성공할 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실적 부진 등으로 압박을 받아온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깜짝 사임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후임을 찾기 위한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발머 CEO가 대주주로서, 또 이사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고자 하고 있으며, 창업자로 38년째 사실상 MS의 주요 결정과 경영에 간여해 온 빌 게이츠 이사회 의장(회장) 역시 '섭정'을 계속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20명의 MS 주주들 가운데 3명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게이츠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이사회 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19일 있을 연례 주주총회에서 게이츠와 발머가 현재의 이사직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주주 대상으로 만들어진 주총 자료(proxy statement)을 보면 게이츠 의장이 MS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머도 4%를 보유, 개인 주주로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5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게이츠 의장이 약속한 대로 자선 사업을 위해 매 분기 2000만주씩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이행된다해도 다음 해 봄엔 발머가 개인 최대 주주가 되기 때문에 CEO만 갈아치운다고 MS의 혁신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발머와 게이츠는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였다. 그리고 MS의 발전에 없어선 안 될 존재들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CEO직을 발머에게 넘긴 건 게이츠 자신이었지만, 간섭을 받지 않는 '1인자'가 되고자 했던 발머의 욕심도 커지면서 오히려 파워 게임은 더 커졌다.
이후 둘은 "누가 회사에서 더 높은 위치인가"를 두고 갈등했다.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 의장은 다른 경영진이 있는 자리에서도 발머 CEO를 빈정거리기 일쑤였고, X박스 개발이나 심지어 윈도 운영체제(OS)의 미래 등에 대해서까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고 그래서 의사결정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발머 CEO를 쫓아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압박을 최근까지 막아내 준 것도 게이츠였다. 그렇게 묶여 있는 둘의 관계를 고려할 때 발머 CEO가 떠나고 나면 게이츠의 입김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닝스타의 노만 영 애널리스트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당한 크고 전략적인 선택들이 게이츠의 손을 거쳤긴 하지만 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발머가 CEO로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는 경영상의 일에 하나하나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 애널리스트는 게이츠가 의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에 대해선 "조만간 그럴 가능성은 50% 이하이겠지만 몇 년 뒤를 두고 얘기한다면 (게이츠가 의장직을 내려놓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게이츠는 자신의 자선 사업과 다른 투자들에 더 많이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 MS에게 급선무는 새 CEO를 찾는 것과 기기 및 서비스 전략에 대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