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02-25 15:42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김관진 전 장관에게는 실형을 선고하지만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기로 한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같은 날 전병헌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도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역시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적지 않은 실형을 선고 받고도 법정 구속을 피한 이유는 뭘까? 바로 항소심에서의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다. 판결 이후 논란을 불러왔지만, 최근 사법부가 인신구속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지난해 대법원이 발간한 ‘2018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전체 피고인 중 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은 사람은 전체 26만2612명 중 2만8728명(12.1%)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4%를 기록한 2008년에 비하면 2.3%p가 감소한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 10명 중 1명만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재판 시작에 앞서 보석을 신청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보석석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기록이 방대해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서는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건강 상태나 이밖에 인신구속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없는 이상 보석 인용이 힘들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판사 출신 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는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어서 재판 시작도 전에 재판부가 보석 석방을 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 “구속 때와 비교해서 건강 상태가 달라졌거나 뚜렷하게 구속 수감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 한 더더욱 어렵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인신구속이 감소하면서 보석 허가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7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은 전체의 11.4%(6079명)로, 이 중 실제로 보석이 허가된 피고인은 36.3%(2204명)였다. 보석 허가율이 42.9%에 달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16%p가 줄어들었다.
판사 출신인 신중권 변호사는 “예전에는 구속기소 자체가 많으니 보석 심사 때 재고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검찰도 처음부터 ‘꼭 필요한 사람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추세이고, 법원도 엄격하게 구속 여부를 심사하기 때문에 보석 허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석 석방 기로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보석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가운데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보면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내세운 보석청구 이유 모두를 이미 구속심사 당시 재판부에서 모두 검토한 것으로 해석된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