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03-30 03:50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리라화가 내림세를 지속, 신흥국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전염’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일본 투자자들의 롱 포지션이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마진 거래에 집중하는 일본 트레이더들이 엔화 대비 리라화 상승 포지션을 대규모로 축적한 것.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리라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1% 선에서 하락했다.
전날 5% 급락한 데 이어 저점을 낮춘 셈.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며 통화 방어에 나선 금융당국의 해법이 시장 혼란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금융시장의 패닉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일본 트레이더들의 리라화 롱 포지션이 투자자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도쿄금융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마진 트레이더들의 엔화 대비 리라화 롱 포지션이 31만7283건에 달했다.
이는 1월2일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하기 직전 수치인 28만8563건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1월3일 리라화가 엔화에 대해 10%에 달하는 폭락을 연출, 최근 시장 데이터에 투자자와 터키 금융당국이 강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최근 리라화 롱 포지션을 대폭 늘린 것은 터키 스왑 금리와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리라화 오버나이트 스왑 금리는 최근 무려 1200%까지 치솟았고, 터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고수익률에 혈안이 된 일본 투자자들이 리라화 베팅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터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외국인 대출을 금지시킨 상황도 리라화 롱 포지션에 대한 일본 투기 거래자들의 구미를 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가이타미닷컴 리서치의 간다 다쿠야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스왑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기는 어렵고, 반전이 나올 때 리라화 투매가 벌어질 수 있다”며 “최근 터키의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투기적인 거래가 확산될 여지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라화는 올들어 엔화에 대해 4% 이상 하락했다. 리라/엔 환율은 지난 22일 18.78엔까지 하락, 리라화 가치가 엔화에 대해 연초 이후 최저치로 밀린 뒤 완만하게 반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라/엔 환율이 18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