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12-07 04:41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우리는 둘 다 살짝 미치광이에요. 감으로 서로를 알아봤죠."
성공 신화를 이룬 두 억만장자의 만남이 6일(현지시각)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중국판 아마존'으로 통하는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 로이터와 CNN 등 주요 외신은 도쿄대학에서 이뤄진 이들의 대담을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지난 2000년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를 베팅, 지분 26%를 사들인 손 회장은 "순전히 감이었다"며 통 큰 투자의 배경을 회상했다.
당시 실제로 그는 마윈을 10분간 만난 뒤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렸고, 전적으로 본능과 직감에 이끌린 베팅이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의 직감은 적중했다. 알리바바가 고성장을 이루면서 19년 전 2000만달러의 투자금은 현재 1400억달러로 불어났기 때문.
마윈이 "투자 세계에서 손 회장만한 감을 가진 이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추켜세우자 손 회장은 "감이 지나쳐서 돈을 잃을 때가 많다"며 좌중을 웃게 했다.
실상 느낌을 앞세운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이 늘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최근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의 투자금 46억달러를 상각한 것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에 해당한다.
반면 마윈은 신중하고 이성적이다. 19년 전에 손 회장은 알리바바에 5000만달러 투자를 제안했지만 너무 큰 금액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마윈은 털어 놓았다.
그는 이번 대담에서 "돈이 너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라며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실수도 없지만 돈이 지나치게 많으면 실수도 많아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직관적인 투자로 많은 손실을 떠안은 것이 사실이지만 감에 이끌린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일이 아니라 손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이죠."
한편 IT 업계의 두 거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AI가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의 AI 기술력이 전세계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손 회장은 최근 200억엔(1억84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간 관련 기술과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전설적인 두 인물의 향후 행보는 크게 다를 전망이다. 마윈은 교육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9월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반면 손 회장은 자신의 도전이 아직 시작 단계라고 밝혔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요. 매일 도전의 연속이죠. 앞으로 지금까지 이룬 것의 100배를 이루는 게 목표이자 꿈입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