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1-30 16:40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불씨가 꺼져가던 금융권 '노동이사제 이슈'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사가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도입 추진에 의견을 모았기 때문. 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등장할 경우 다른 국책 금융기관들로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가 지난 27일 합의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살펴보면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 항목이 포함됐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목소리가 제기된 것은 지난 2017년 KB금융노동조합이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고 KB금융 노조는 이후 두 차례 더 선임 시도에 나섰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뤄내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과거 추천서 전달 방식으로 도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던 바 있다. 지난 달에는 수출입은행 노조가 방문규 행장과 합의해 노조추천 이사제를 추진했지만 결국 최종 선임되지 못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기업은행 노사의 '노사선언문' 합의 현장에 참석했는데, 이는 전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의 노동이사제 도입 여론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못박았던 점과 다른 행보로 해석된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행 정관 제38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제청권을 가진 은행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했고 임면권을 가진 금융위 역시 합의 절차에 동참했던 만큼 도입은 이제 시간 문제라 본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에 노동이사제가 실제 도입될 경우 앞서 도입을 공식화했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금융결제원 등 다른 국책금융기관 노조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노조 산하 9곳(산은·수은·기은·기보·신보·주금공·금결원·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의 국책금융기관 노조 협의회는 이미 지난해부터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산은과 수은의 경우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 은행장과 금융위, 기획재정부 등 상급기관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도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 없다.
신보, 기보, 주금공 등 준정부기관 소속 노조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공운법 개정안 조항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 노동이사제 조항'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금융공기업이 노동자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각각 1명씩 받아 비상임이사로 임명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국회를 꾸준히 설득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압박도 높여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