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11-16 06:00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조사 등을 통한 새로운 사실관계 발견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원심의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씨 상고심에서 이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1심은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은 반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의 일부 진술이 사실과 다른 반면 A씨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는 이유를 들어 B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 증거로 제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일부 편집돼 제출된 것을 두고 전체적인 유죄 인정의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한 다음 주로 제 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기초해 피해자 진술 신빙성과 CCTV 영상 증명력을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재차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1심에서 유죄 판단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에 의문이 있었다면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피해자 신빙성 유무 등에 관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할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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