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11-26 12:00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등록상표를 양도하고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비슷한 사업에 출원해 사업을 이어갔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류모 씨가 김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등록무효소송 상고심에서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류 씨 아버지는 지난 2012년 김 씨로부터 출판 관련 사업을 양수하면서 상표에 관한 권리도 함께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그러나 김 씨는 이같은 양도계약 이후 유사한 상호로 기존 양도한 회사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그대로 출판, 판매했다. 또 기존 근무하던 직원 11명 중 6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하고 넘긴 회사가 갖던 출판권에 관해 출판권자들과 새롭게 출판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상호를 사용해 직원채용공고를 게시하고 2015년에는 해당 상표로 사업자 등록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이 된 상표법 제7조 1항 18호는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밖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원은 류 씨 측 주장을 기각하고 특허심판원 심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 양도계약이 영업양도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에도 선사용 상표를 사용해 영업을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다. 오히려 김 씨가 원고 측에 등록상표 침해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반박 조치가 없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은 그러나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씨가 이 사건 양도계약 등을 통해 해당 상표의 사용 권리를 류 씨 아버지 측에 이전하고 이들이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 상표를 비슷한 서비스에 출원해 등록받은 것은 류 씨 아버지 측에 대한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등록 무효"라고 판결했다.
brlee19@newspim.com